인사보다 사업·조직 재설계 먼저…"추미애 도정, 성과로 보여줘야"

세출 구조조정 이어 정기인사 연기…정부에 재원 확대 요구도
재정개혁 명분 속 행정공백 우려…개혁 성과에 관심↑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제61차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8.14 ⓒ 뉴스1 이호윤 기자

(수원=뉴스1) 송용환 기자 =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취임 직후 '재정 비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경기도정의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5465억 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에 이어 하반기 정기인사를 내년 1월로 미루고, 사업과 조직을 먼저 재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중앙정부에는 지방소비세율 인상과 법인세 일부 광역 배분 등 지방재정 구조 개편도 요구했다.

경기도는 지난 19일 5465억 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담은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취임 두 달여 만에 재정 비상을 도정의 핵심 의제로 끌어올린 배경에는 경기도의 재정 상태에 대한 추 지사의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추 지사는 '예산 대비 채무비율'이 12%대라는 수치만으로 경기도 재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2025년 말 채무 약 6조 1000억 원과 채무 증가 속도, 자산 대비 부채, 취득세 의존도가 높은 세입 구조 등을 종합하면 구조적 재정위기라는 논리다.

특히 경기도 채무가 2023년 약 4조 5000억 원에서 2025년 약 6조 1000억 원으로 36.1% 증가해 전국 광역지방정부 증가율 12.7%보다 높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입 구조도 문제로 제시했다. 올해 경기도 지방세 수입에서 취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절반에 달해 부동산 경기에 따라 세입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추 지사가 말하는 '재정 위기'의 핵심은 단순한 채무 규모가 아니라 빠르게 늘어나는 지출과 불안정한 세입 구조다.

'재정 비상'은 개혁 명분인가, 행정 부담인가

이런 문제의식은 하반기로 예정됐던 정기인사를 내년 1월로 연기한 것과도 맞물려 있다.

추 지사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재정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사무의 점검과 재설계가 인사보다 선행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반기 정기인사를 내년 1월로 미루고 비슷한 사업의 중복과 민간위탁, 시·군·국가 사무의 경계 문제 등을 먼저 손보겠다는 취지다. 사람보다 일을 먼저 정리하겠다는 점에서는 재정개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옹호론이 나온다.

인사 지연은 조직 안정과 행정 연속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무원노조의 반발과 일부 시·군의 부단체장 인사 지연에 따른 공백 우려도 무시하기 어렵다. 결국 인사 연기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앞으로 유사·중복 사업을 어떻게 정리하고 얼마나 재정을 절감했는지 구체적인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앙정부에 재원 확대 요구…'자구책 부족' 지적도

추 지사는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를 통해 지방소비세율을 현행 25.3%에서 40%로 올리고 국세인 법인세의 5%를 광역단체에 배분하는 제도를 신설하는 등 지방재정 개혁을 건의했다. 취득세 중심의 불안정한 세입 구조를 바꾸고, 산업 인프라 부담이 큰 경기도에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내부 지출을 줄이면서 동시에 중앙정부에 재원 확대를 요구하는 만큼 경기도의 자구노력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방소비세율과 법인세 배분 문제는 중앙정부와 다른 지방정부의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결국 추 지사의 구상은 '도 내부의 긴축'과 '지방재정 제도 개선'이 함께 가야 한다는 주장으로 정리된다.

조광명 시사평론가는 "추 지사의 '재정 비상'은 긴축 자체보다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지킬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재정 악화를 방치하지 않고 기존 사업을 재점검한다는 점에서는 개혁의 명분이 있지만, 인사 지연과 예산 삭감이 행정 공백과 서비스 후퇴로 이어진다면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반대로 실제 불안정한 세입 구조와 채무 증가가 확인된다면 관행적인 사업과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책임 있는 행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결국 추 지사의 선택은 재정 비상이라는 선언보다 삭감 이후의 성과, 조직개편의 기준, 도민에게 돌아가는 행정서비스의 변화로 평가받게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sy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