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의 아픔 담은 '무망루', 반세기 만에 베일 벗다
남한산성 원성 축성 400주년 기념전서 일반에 최초 공개
- 송용환 기자
(수원=뉴스1) 송용환 기자 = '수어장대'(守禦將臺).
지난 20일 찾은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역사문화관. 전시장 입구에 걸린 낡은 편액(현판) 하나가 방문객을 가장 먼저 반겼다. 옆으로는 짙은 남색 벽면에 '無忘'(무망)이란 두 글자가 큼지막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문화관 기획전시실에서 내년 6월 20일까지 10개월간 남한산성 원성 축성 40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이 열린다. 전시 주제는 '무망 수어장대에 쌓인 400년'이다.
'무망'은 '잊지 않는다'는 뜻이다. 수어장대에 걸렸던 두 편액, 나라를 지키는 공간이라는 뜻의 '수어장대'와 병자호란의 아픔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은 '무망루'에서 따온 이름이다.
전시장 안쪽, 붉은 벽면 앞에는 검은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새겨진 '무망루' 편액이 놓여 있었다. 수어장대가 1972년 경기도 유형문화유산 제1호로 지정된 이후 54년 만에 처음 공개되는 유물이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장대에 오르다'는 수어장대에 올라 삼전도비를 바라본 숙종·영조·정조의 시를, 2부 '무망의 결의'는 병자호란 이후 국방 거점으로 자리 잡은 남한산성의 실천의 역사를 다룬다.
3부 '수호의 켜, 400년의 기억'은 현존 유일의 원형 장대인 수어장대를 중심으로 남한산성의 근현대사를 다룬다. 400년의 시간 속에서 수어장대가 어떻게 변화하고 보존돼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다양한 기록과 자료로 보여준다.
전시장 한쪽에는 '무망 AI: 400년의 기억을 번역하다'라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다국어 AI 도슨트(전시작품을 설명하는 전문 안내인)를 통해 1950~70년대 남한산성을 찾았던 사람들의 옛 사진을 마주하며, 선조들이 지키려 했던 건 성벽 자체보다 그 안의 평화로운 일상이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하 1층 '보이는 수장고'의 연계 전시 '마지막 붓끝, 수어장대를 새기다'에서는 1836년 제작된 '수어장대' 편액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장을 나서는 길목에는 수어장대가 그려진 머그잔과 우표, 세계유산 등재 기념주화, 나무로 깎은 수어장대 모형 같은 소품들이 놓여 있다. 400년 전 세워진 건축물이 오늘날까지 여러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관람은 마무리된다.
남한산성역사문화관 관계자는 "'잊지 않는다'는 다짐이 남한산성을 지키는 힘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400년의 기억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s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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