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의 '재정 비상' 선언…위기인가, 구조조정 명분인가

취득세 2022년 11조 원에서 올해 8조 원대로 급감
7700억 감액 추경, 숫자는 사실…도의회 여야 해석은 엇갈려

추미애 경기도지사(오른쪽)와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왼쪽)이 지난달 29일 옛 도지사 공관인 도담소에서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도와 도의회는 최근 재정 여건 악화에 따른 대응책과 주요 도정 현안을 놓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도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수원=뉴스1) 송용환 기자 =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최근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했다.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야 하고, 노인장기요양비·학교급식비·산후조리비 등 주요 민생사업조차 올해 3개월분 예산이 비어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두고 경기도의회 여야는 물론 정치권 안팎에서는 실제 재정위기라는 평가와 함께 새 도정의 구조조정을 위한 정치적 명분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숫자로 확인되는 위기, 그러나 '파탄'은 아니다

수치로 확인되는 재정 압박은 상당하다. 경기도는 지난해 20년 만에 943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한 데 이어 올해 1회 추경에서도 7180억 원을 추가 발행하면서 지난해와 올해 지방채 발행 규모가 1조 6610억 원에 이른다.

세입 구조의 취약성도 뚜렷하다. 경기도는 지방소득세가 도세가 아닌 시·군세로 귀속되고, 보통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인 데다 도세의 절반가량을 부동산 경기에 민감한 취득세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 취득세 수입은 2022년 약 11조 원에서 올해 8조 원대로 약 30% 줄었다. 반면 고령인구 증가 등에 따라 복지예산 비중은 전체 예산의 절반에 이른다.

다만 '위기의 수준'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경기도 전체 예산이 40조 원을 넘는 상황에서 7조 원대 채무만으로 재정 파탄을 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채는 지방정부가 법령이 정한 범위에서 사업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발행액 자체뿐 아니라 상환 능력과 재정 운용의 지속 가능성을 함께 봐야 한다.

결국 핵심은 채무 규모 하나가 아니라 세입 감소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의무지출과 계속사업을 감당하고도 새 정책에 쓸 재원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에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5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경기도 재정상황 관련 기자회견'에서 재정 비상 선언을 하고 있다. 2026.8.5 ⓒ 뉴스1 김영운 기자
도의회 여야 시각차와 '구조조정 명분론'

경기도의회에서도 재정 상황을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여당이자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추 지사의 위기 진단에는 공감하면서도 책임 공방보다 구조적 문제 해결에 무게를 둔다.

안광률 민주당 대표의원은 "경기도 재정 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며 "구조적 문제를 진단하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 정책기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클러스터 등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는 만큼 불교부단체 지정, 법인지방소득세 배분 같은 지방재정 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민주당은 재정건전성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정 악화의 책임을 전임 도정에 돌리고 있다. 방성환 대표의원은 지난달 23일 대표연설에서 "민선 7·8기 8년간 구조적 해법 대신 단기 성과와 일회성 지출에 치중했다"고 비판하며 코로나19 지원금 등 7차례에 걸쳐 총 4조 1957억 원의 현금성 지원금이 집행됐다고 주장했다.

이재명·김동연 전임 두 도지사 시기에 누적된 7조 원대 채무 역시 기금 차입과 지방채 발행이 반복된 결과라고 방 대표의원은 지적했다. 민주당이 '구조적 한계'를, 국민의힘이 '지난 8년의 책임'을 각각 앞세우는 구도다.

이런 맥락에서 추 지사가 '재정 부담'이나 '세수 감소'보다 강한 표현인 '재정 비상'을 사용한 데에는 재정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함께 정치적 메시지도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새 도지사 입장에서는 전임 도정의 사업을 포함해 출연기관·민간위탁·행사성 사업의 필요성과 우선순위를 다시 따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약 7700억 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이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차원을 넘어 새 도정이 어디에 재정을 집중할지를 보여주는 정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전임 도정의 대표 정책이나 추 지사와 방향이 다른 사업에 감액이 집중된다면 '위기 대응'을 넘어선 정치적 조치라는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조광명 시사평론가는 "경기도의 재정 여건이 이전보다 어려워진 것은 분명하지만 '재정 비상'이라는 표현은 객관적인 재정 진단과 별도로 정치적 메시지의 성격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표현보다 실제로 지방채와 기금 의존도를 얼마나 낮추고 구조적인 세입 기반을 어떻게 개선하느냐"고 진단했다.

sy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