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들 "설계자 형사처벌 확대 과도"…건축법 재개정 촉구

"단순 실수도 형사처벌?…선의의 피해자 양산 우려"
"설계자 형사책임·구상권 확대 악용 소지"

서울특별시 건축사회가 건축법 일부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통령비서실장, 국회의장, 국토교통부장관 등에 재개정 건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이상휼 기자 =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축법 일부 개정안의 '설계자 책임 조항'에 대해 건축사들이 "선의의 피해자들을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며 "일부 조항에 대한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12일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개정법률안은 위반건축물 단속 관련 형사벌칙 대상에 '설계 또는 시공한 자'를 포함했으며, 건축주 등이 건축사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근거를 포함했다.

서울특별시 건축사회는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축법 일부개정법률안'의 형사벌칙 관련 조항에 대해 "건축사의 자격 박탈 및 생존권을 위협하는 과도한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건축사들은 "불법·위반 건축물을 근원적으로 방지하고 건축물의 안정성을 확보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는 개정법률안의 본래 취지에는 동감한다"고 전제한 뒤 "건축행정·실제 현장 구조의 특성을 심각하게 도외시한 과도한 입법"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 이유에 대해 "대다수의 위반건축물은 사용승인 이후 건축주의 무단 증축·용도변경 등 사후 행위에 의해 발생한다"며 "따라서 건축사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 단순한 업무상 실수·착오까지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고의·과실 책임 원칙)에 전면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정법률안이 책임요건을 정교하게 구분하지 않은데다, 죄형법주의의 명확성 원칙, 책임주의·비례원칙 등에 저촉된다"며 "이 법이 적용되면 설계행위와 실제 위반건축물 사이의 다양한 인과관계를 불문하고, 설계자(건축사)에게 형사책임과 구상책임을 확대하거나 악용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박성준 서울특별시 건축사회 회장

건축사들은 "단순 실수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벌칙 적용 대상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위반하여 설계한 자'로 엄격히 한정하고, 구상권 행사 대상 역시 명확한 귀책사유가 입증된 자로 한정하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형사처벌 대상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설계한 자'로 책임 대상 명확화 △허가권자의 적법한 심사·허가를 받은 건은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책임 면제 △법령·조례 해석상 합리적 견해 차이가 있는 사안은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 △건축주의 임의 변경이나 시공자의 무단 시공으로 인한 위법은 실제 행위자에게 책임 귀속 등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박성준 서울시 건축사회장은 "불법·위법 건축물을 줄이겠다는 입법 취지는 이해하지만, 과도한 입법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한 위험이 크다"며 "설계자의 책임에 대한 면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고 합리적 책임을 지게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건축사회는 건축법 일부 개정안의 문제점에 대한 재개정 건의서를 대통령비서실장, 국회의장, 국토교통위원장, 법제사법위원장, 국토교통부장관, 국가건축정책위원장, 법제처장 등에 보냈다.

daidalo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