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억 원 피해 고양 저유소 악몽…평택서 되살아난 위험물 공포
국가소방동원령 속 소방대응 1단계 하향, 진화 안간힘
고양 저유소 화재 후 8년 만…위험물 취급시설 화재 반복
- 김기현 기자
(경기=뉴스1) 김기현 기자 = 11일 경기 평택시 한 위험물 보관 창고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소방 당국이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하고 진화에 나섰다.
다량의 인화성 위험물이 한곳에 집중된 시설에서 불이 나면서 자칫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번 화재는 지난 2018년 고양시 대한송유관공사 저유소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도 대량의 휘발유를 저장한 시설에 붙은 불이 장시간 이어졌고,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위험물 취급시설 화재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위험물의 대량 저장·취급 과정부터 시설별 화재 대응 능력까지 안전관리 체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39분 평택시 청북읍 토진리 한 위험물 보관 창고 화재에 대한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됐다.
국가소방동원령은 특정 시·도 소방력만으로 화재 등 재난에 대응하기 어렵거나 국가 차원 소방력 동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소방청장이 발령한다.
당초 소방 당국은 이날 0시 3분께 자동화재속보설비 신고를 접수한 후 불을 끄는 과정에서 연소 확대 우려가 크다고 판단해 오전 1시 32분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그러나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자 오전 2시 40분 '대응 2단계'로 격상해 진화 작업을 이어 왔다.
대응 2단계는 주변 8∼14개 소방서에서 장비 51∼80대를 동원하는 경보령으로, 화재 규모에 따라 1·3단계로 상·하향된다.
국가소방동원령 발령에 따라 충남·세종·충북·대전 등 4개 지역에서 물탱크와 화학차 등 장비 22대를 1차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상태이다.
회복지원차(화재 진압이나 구조·구급 등 장시간 이어지는 현장 활동으로 지친 소방관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냉방시설 등을 갖춘 차)도 4개 지역에서 각각 1대씩 투입됐다.
총소방력은 장비 95대, 인원 238명이다.
해당 창고는 일반철골조 1층짜리 건물 7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연면적은 9313㎡다.
특히 이 창고에는 제4류 위험물 100여 종이 다량 보관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4류 위험물은 특수인화물류와 제1~4석유류, 알코올류 등 주로 인화성 액체로 구성된다. 불이 붙을 경우 가연성 증기가 발생해 화재가 빠르게 확산하거나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일반 화재보다 진압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막대한 양의 위험물이 저장된 시설이라는 점에서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위험물 취급시설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가 막대한 피해로 이어진 사례는 8년 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8년 10월 7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에서는 휘발유 저장탱크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약 17시간 동안 이어졌다.
휘발유 약 282만L가 소실됐고, 불이 시작된 탱크와 인접한 탱크 등 2개 탱크에서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총피해액은 당초 43억 원가량으로 추산됐지만, 탱크 2기를 새로 건설해야 하는 수준의 피해가 확인되면서 최종적으로 약 117억 원까지 늘어났다.
경찰은 당시 저유소 인근에서 날아온 풍등이 잔디에 떨어져 불이 붙었고, 이 불이 저유소 내 휘발유 탱크로 번진 것으로 결론 내렸다.
당시 검은 연기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서 장시간 관측되면서 주민 불안이 급속도로 확산하기도 했다.
특히 대규모 유류 저장시설은 초기 진화에 실패할 경우 인접 시설로 불이 번지면서 피해 규모가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줬다.
위험물 저장시설 화재는 과거의 일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2월에도 경북 경산시 하양읍 대한송유관공사 영남지사 옥외 유류저장탱크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근에 동일한 대형 유류 저장시설 10여 기가 밀집해 있어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도 벌어진 바 있다.
엄연히 평택 위험물 보관 창고 화재와 고양 저유소 화재, 경산 저유소 화재는 시설 형태와 구체적인 화재 원인은 서로 다르다.
하지만 대량의 인화성 위험물을 한곳에 저장·취급하는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초기 진화가 어렵고 인접 시설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공통점을 보여줬다.
위험물 취급시설의 저장량과 시설 규모뿐 아니라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고양 저유소 화재의 경우에는 불이 인접 탱크로 확대될 경우 소방대원들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었다.
더욱이 인접 탱크에서도 실제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위험물 저장시설 화재의 연쇄 피해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여기에 소방 당국이 특정 지역 소방력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국가 차원의 소방력 동원에 나선 점은 위험물 취급시설 화재의 특수성과 대형화 가능성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요소 중 하나다.
소방 당국은 5시간여 만인 오전 5시 16분께 경보령을 '대응 1단계'로 하향했다. 다만 국가소방동원령과 소방력은 유지하고 있는 상태이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가용 소방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화재 진압 및 인명 검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불을 완전히 끄는 대로 정확한 발화 원인과 함께 위험물 보관·관리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화재가 급격히 확대된 경위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위험물 취급시설 화재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개별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물을 다량 보관하는 시설에 대한 예방·점검 체계와 초기 대응 능력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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