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자식들도 힘들잖아"…폭염 속 폐지 165㎏, 1만원 손에 쥔 어르신
폭염 속 오전 내내 일해도 겨우 1만 3200원
"더워도 악착같이 나와 한 푼이라도 벌겠다"
- 양희문 기자
(남양주=뉴스1) 양희문 기자
"자식들도 힘들게 사는데 용돈 달라고 하는 것도 미안해. 더워도 악착같이 나와서 한 푼씩이라도 벌어야 눈치 안 보고 먹고 살지."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6일 낮 12시께 찾은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한 고물상.
60대 남성 A 씨가 시뻘게진 얼굴로 폐지가 가득담긴 손수레를 끌고 고물상을 찾았다.
그가 이른 아침부터 동네 이곳저곳을 돌며 모은 폐지 무게는 무려 165㎏에 달한다.
하지만 폐지 가격은 1㎏당 80원.
A 씨 손에 쥐어진 돈은 겨우 1만 3200원에 불과했다.
그는 고물상 사무실에서 냉커피를 마시며 잠시나마 더위에 지친 몸을 달랬다.
A 씨는 "한 달 내내 일하면 그런대로 큰돈이 된다"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박금숙 씨(66·여)도 매일같이 폐지를 줍는다.
박 씨는 한때 식당을 운영하며 안정된 삶을 살았지만 건강 문제로 3번이나 쓰러지면서 이 일을 시작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악착같이 사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다.
박 씨는 폐지를 팔고 고물상 사무실에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게 하루의 낙이라고 한다.
그는 "이런 날씨에 일하는 게 힘들긴 하지만 운동도 되고 돈도 버니까 한다"며 "일 끝나고 고물상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피로를 푼다"고 말했다.
이 고물상에는 하루 평균 30여 명이 폐지를 팔기 위해 수레를 끌고 찾아온다.
하지만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 탓에 최근에는 10여 명 수준으로 줄었다.
경기 악화로 폐지 확보가 어려워지자 하루에 가져가는 돈도 겨우 몇 천원이다.
고물상 업주 B 씨(75·여)는 사무실에 항상 냉수와 커피를 준비해둔다.
더위 속에서 폐지와 고물을 줍느라 고생한 어르신들이 잠시나마 쉬었다 가라는 배려다.
B 씨는 "폐지를 줍는 사람 대부분이 70대 이상인데 이 날씨에 휴식도 못하면 큰일 난다"며 "냉수라도 한 모금 마시고 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변 상권을 보면 '임대 딱지'가 수두룩한데 경기가 너무 안 좋다"며 "폐지가 안 나오니 어르신들의 소득도 줄어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남양주를 포함한 도내 23개 지역에는 폭염중대경보가 발효 중이다. 이들 지역엔 37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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