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보상안 내놔라"…삼성전자 DX노조 '성과급 격차' 규탄
DS와 특별성과급 격차에 "공정한 보상" 촉구…노조 "다음은 서초" 투쟁 예고
- 김기현 기자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같은 회사, 같은 권리!"
16일 오후 5시 30분께 경기 수원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정문 앞. 검은색 조끼를 맞춰 입은 직원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순식간에 도로를 가득 메웠다. 조끼에는 '동행(SECU)'이라는 글자가, 손에는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적힌 '같은 회사, 같은 권리'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날 집회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 중심 노동조합인 '동행노조'가 개최한 것으로, 노조 신고 인원은 5000명, 경찰 추산 참여 인원은 약 6000명이었다. 경찰은 우발 상황에 대비해 경찰력 120여 명을 투입해 질서 유지에 나서기도 했다.
주요 집회 내용은 2026년 임금교섭 결과를 둘러싼 DX·DS 부문 간 성과급 격차에 대한 반발이었다.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같은 회사, 같은 권리"를 여러 차례 외치며 회사 측에 보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포문을 연 손종현 동행노조 감사는 "오늘 초복 더위에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짓밟히고 무시당한 우리의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서"라며 "삼성이 하나이듯 우리도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참석자들과 함께 "같은 회사"를 선창하면 참석자들이 "같은 권리"를 외치는 구호를 세 차례 반복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이호석 수원지부장도 연대 발언에 나서 "이번 임금협상은 DX가 철저히 배제된 패싱 협상"이라며 "DX와 DS 모두 하나의 삼성전자인 만큼 권리와 존중, 보상 역시 공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을 향한 비판과 함께 장기 근속 직원들 호소도 이어졌다.
구정환 동행노조 사무국장은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고작 주식 몇 주가 아니라 DX 노동자의 피와 땀의 가치를 인정하라는 것"이라며 "회사가 정당한 보상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발걸음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90년 입사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오순명 동행 서포터즈는 "37년 회사 생활이 이번 임협 과정으로 송두리째 부정당한 기분"이라며 "회사가 직원을 무관심을 넘어 조롱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불공정한 보상에 침묵하지 말고 행동해야 한다"고 참석자들을 독려했다.
집회 중반에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과거 연설 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영상에는 "초일류 기업이 되는 날 모든 열매와 보람은 함께 땀 흘린 임직원들과 협력업체가 골고루 나누게 될 것"이라는 발언이 담겨 있었다.
영상이 끝나자 사회를 맡은 이용훈 동행노조 복지국장은 "삼성은 초일류 기업이 됐지만 그 열매가 골고루 나눠졌느냐"며 "왜 DX 직원만 약속에서 제외돼야 하느냐"고 말했고, 참석자들은 "회장님의 약속, 지금 지켜라", "초일류의 열매 함께 나누자"를 연호했다.
백순안 동행노조 정책기획국장도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정당한 보상과 공정한 교섭"이라며 "잘못된 임금교섭을 바로잡기 위해 내년 교섭부터 제대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참석자들과 함께 "박학규는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마지막 발언에 나선 조합원 손용호 씨는 "오늘의 삼성전자를 만든 것은 현장 직원들"이라며 "13만 임직원 모두가 회사의 성과를 함께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의 기여를 인정하고 부당한 임금협상에 책임지라"고 회사 측에 요구했다.
동행노조가 당초 계획됐던 행진은 끝내 취소됐다. 사회자는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모여 정문 일대와 도로 2개 차선까지 가득 차 행진이 어렵게 됐다"며 현장에서 구호 제창으로 일정을 마무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동행노조 조합원들은 사업장 건물을 향해 "같은 회사, 같은 권리", "부정당한 역사를 바로잡자"를 외친 뒤 "다음은 어디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서초"라고 답하며 향후 투쟁 확대를 예고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DS 부문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의 12% 규모 특별성과보상안에 합의한 바 있다. DS 부문 직원은 최대 6억 원에 가까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DX 부문 보상은 600만 원 수준에 그쳐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동행노조는 지난달 23일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과 약 2시간 동안 면담하고 DX 부문 구성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보상 격차 문제를 전달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정문과 중앙문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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