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몸이 오들오들"…폭우 '트라우마' 사로잡힌 가평 주민들
최근 폭우에 또 산 무너질라…대피 방송에 공포감만
토사 쏟아진 밭 복구 지연…주민들 속앓이
- 양희문 기자
(가평=뉴스1) 양희문 기자
"지난해만 생각하면 끔찍하지. 그 기억 때문에 비만 오면 지금도 몸이 오들오들 떨려. 요 며칠 비가 계속 오니 불안해서 잠도 편하게 못 잤어."
10일 만난 경기 가평군 조종면 마일1리 주민들은 1년 전 마을을 덮친 수마(水魔)에 여전히 신음하고 있었다.
이 마을은 지난해 7월 20일 새벽 느닷없이 발생한 산사태로 큰 피해를 봤다.
주민들은 집 안까지 토사물이 밀려오는 긴박한 상황에 속수무책이었다.
마을로 향하는 도로와 다리는 유실되고 전기와 수도도 끊겨 보름 여간 고립된 생활을 해야만 했다.
수확을 앞둔 옥수수밭은 쑥대밭이 됐고 양봉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1년이 흐른 지금도 수마가 할퀸 상처는 아물지 않은 상태였다.
도로와 다리 등 주요 시설 복구는 거의 마무리된 듯했지만, 주민들의 트라우마는 여전했다.
전날 밤 '산 밑에 사는 주민은 경로당으로 대피해 달라'는 이장의 방송에 주민들은 가슴이 철렁했다고 한다.
또다시 산사태가 발생해 보금자리는 물론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는 공포와 두려움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경로당에서 만난 A 씨(80대·여)는 "지난해 수해로 차가 2대나 부서지고 집도 엉망진창이 됐다. 몸만 급하게 나왔는데 목숨이라도 건진 게 다행"이라며 "그때 생각하면 끔찍하다. 지금도 비만 오면 산이 무너질까 무서워서 잠을 설친다"고 호소했다.
장동호 씨(81)는 "1965년도 물난리 이후로 60년 만에 발생한 수해였는데 그때보다 피해가 더 크다"며 "주민들이 걱정과 불안을 안고 산다. 산사태는 어느 정도 복구가 됐는데 하천 정비도 빨리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토사물에 덮여 갯벌처럼 변했던 밭 복구 작업도 지연되면서 농심도 타들어 가고 있다.
지병훈 씨(83)는 "집 뒤편에 텃밭과 닭장이 있었는데 다 쓸려나갔었다"며 "수해 복구 관계자에게 닭장은 됐으니 밭이라도 복구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듣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산사태로 일가족 3명이 숨졌던 마을 인근 캠핑장은 사실상 방치돼 흉물로 변해버렸다.
손길이 닿지 않은 캠핑장 주변은 잡초가 무성히 자랐고 시설물 곳곳은 부서진 채 방치됐다.
화로대엔 방문객이 남기고 간 숯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등 당시 긴박했던 상황도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해 7월 20일 시간당 76㎜ 폭우가 쏟아진 가평군에선 모두 7명이 숨지고 1200억 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군은 2300억 원을 투입해 재해복구에 나섰다. 이 중 840억 원은 기능 복구, 1460억 원은 개선 복구 사업에 투입됐다.
기능 복구는 파괴된 시설물의 기능을 원 상태로 돌리는 사업이고, 개선 복구는 하폭을 넓히고 교량을 보강하는 등 추가적인 재해예방을 위한 시설 개선 사업이다.
관내 기능 복구 대상지 303곳 중 300곳의 사업은 마무리됐다.
개선 복구 사업장은 마일천, 십이탄천, 승안천 등 6곳이다. 군은 이달 사업 관련 발주를 넣고 내년 12월까지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장마 전 주요 공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목표를 달성했다"며 "개선 복구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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