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도 공분한 스토킹 여성 살해 '집착의 끝판왕'[사건의 재구성]
1심 "범행 잔혹…피해자 고통 헤아릴 수 없이 컸을 것"
- 배수아 기자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2025년 8월 21일 새벽, 경기 용인의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중국 국적의 B 여성을 애타게 기다리던 30대 남성 A 씨. A 씨는 B 씨를 보자마자 미리 준비한 삼단봉을 쎼게 내리쳤다. 이후 A씨는 저항하며 도망치는 B씨를 끝까지 따라다니며 미리 준비해간 흉기를 여러차례 휘둘렀고, 결국 B 씨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법정에서 A 씨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살아서도 죽어서도 고인에게 빌면서 살겠다"고 했다. 하지만, '강간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범행 세 달 전부터 B 씨를 스토킹 해왔다. B 씨가 "이제 중국에 간다"며 "더 이상 연락을 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 하는데도 177차례 문자, 519차례의 전화를 걸었다. 수차례 B 씨 주거지와 직장을 맴돌기도 했다. 범행 일주일 전에는 B 씨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B 씨 차량 하부에 몰래 무선 위치추적기까지 달았다.
A 씨는 어쩌다 이렇게 집요한 집착남이 되었을까.
A 씨는 B 씨가 운영하는 마사지 업소의 고객이었다. 하지만 B 씨가 A 씨의 '잦은 예약 취소'를 이유로 예약을 거절하자, 이때부터 A 씨는 무서운 '집착남'으로 돌변했다.
자신의 예약을 거절한 B 씨에게 화가 난 그는 B 씨의 업장을 국민신문고에 '성매매 업소'로 신고하기도 했다.
불이 꺼지고 영업이 종료된 가게에 몰래 침입하기 위해 그는 3시간 동안 여러 도구를 이용해 출입문을 열려고도 시도했다. 미리 준비한 와인오프너에 젓가락을 연결해 결국 가게 내부로 들어간 그는 B 씨와 마주치자 B 씨를 강간하려했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히면서 강간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경찰 조사 이후 수 차례 형사 합의를 요구했지만, B 씨가 응하지 않자 A 씨는 또 화가 났다.
'나 한 번만 만나주면 안돼?',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나는 너가 너무 좋아서 그런거야'라는 내용의 수백개의 문자와 수백통의 전화. A씨의 집착이 집요해질수록 B씨의 두려움은 더욱 커져 갔다. 수사 당국은 A씨의 과도한 집착이 끝내 '보복 살해'로 이어진 것으로 결론내렸다.
지난달 18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윤성열)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더불어 3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20년간 신상정보 등록, 5년간 보호관찰을 함께 명했다.
A 씨는 강간미수 범행을 끝까지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 그리고 무엇보다도 피고인과 피해자가 강간미수 범행 이후 서로 채팅을 통해서 나눴던 메시지 내용 등을 보면 피고인이 사건 당시 피해자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범행 당시 CCTV 영상에 의하면 피해자는 흉기에 찔린 이후에도 저항하며 달아나려고 시도하는 등 끝까지 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음에도 피고인은 잔혹하게 범행했다"며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 겪었을 신체·정신적 고통과 공포감은 헤아릴 수 없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족들은 갑작스럽게 가족을 잃게 돼 극심한 정신적 고통과 상실, 불안을 겪게 됐다"며 "그럼에도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하지 않은 점, 유족 등이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1심 판결에 불복한 A 씨와 검사, 양측 모두 항소함에 따라 A 씨의 항소심 재판은 수원고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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