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은 현실, 혁신은 해법"…추미애표 경기도정, 대전환 시동
인수위 30일 활동 마무리…공정·혁신·포용 청사진 제시
전임 도정 성과 잇고 AI 행정혁신·재정 개혁으로 새 판
- 최대호 기자
(수원=뉴스1) 최대호 기자 =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민선 9기 도정 밑그림을 그려온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가 오는 30일 활동을 마무리한다. 지난 15일 출범 이후 보름간 이어진 준비위원회는 단순한 인수 절차를 넘어 새 도정의 철학과 정책 우선순위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준비위가 제시한 핵심 키워드는 '공정·혁신·포용'이다. 공정을 도정의 원칙으로, 혁신을 행정의 실력으로, 포용을 정책의 방향으로 삼겠다는 것이 민선 9기의 기본 구상이다. 여기에 AI 기반 행정혁신과 현장 중심 행정, 시민 참여 확대를 결합해 기존 경기도정 운영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재정 인식이다. 추 당선인은 준비위 출범 직후 "도민의 기대를 성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어진 도정 현안 회의에서는 경기도 재정 상황을 '파탄 지경'이라고 진단하며 강도 높은 재정 점검을 주문했다. 기존 보고가 외부 환경만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세출 구조와 개별 사업, 출연금, 의사결정 과정까지 전면 재분석해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준비위원회도 누적 채무 7조 원과 부족한 가용재원을 공개하며 민선 9기가 사실상 '마이너스 재정'에서 출발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공약도 시급성과 재정 여건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기존 사업 역시 성과를 평가해 계속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이는 단순한 긴축 기조와는 결이 다르다. 재정을 이유로 정책을 축소하기보다 행정 혁신을 통해 같은 예산으로 더 큰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에 가깝다.
김태년 준비위원장은 "예산 규모가 아닌 혁신의 질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AI와 데이터 기반 행정을 통해 행정 효율을 높이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재정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기조는 조직 개편 방향에서도 확인된다. 추 당선인은 새로운 조직과 위원회 신설을 일단 유보하고 AI 행정혁신을 기반으로 조직을 전면 진단한 뒤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조직을 단순히 확대하기보다 기능과 효율성을 먼저 점검하겠다는 의미다.
반면 공정 가치 실현을 위한 제도는 적극 추진한다. 인허가와 예산, 행정 집행 과정의 불공정을 신고하는 통합 창구인 '경기공정호민관' 신설을 주문하며 행정 투명성을 민선 9기의 핵심 원칙으로 제시했다.
경제·산업 정책에서는 성장 전략도 더욱 선명해졌다. 추 당선인은 AI와 반도체를 민선 9기의 핵심 성장축으로 제시하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완성과 전력·용수 등 핵심 인프라의 선제적 투자를 주문했다. 반도체 산업 발전으로 확보되는 세입을 청년 일자리와 주거, 교통복지 확대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도 제시했다.
경기북부 대전환 역시 핵심 정책으로 부상했다. 준비위원회 북부대전환특별위원회는 중첩규제 완화와 미군 반환공여지 개발, 평화경제특구 지정, 광역 거버넌스 구축, 정주 여건 개선 등 '5대 기반 조성'을 토대로 항공·우주·MRO 산업단지, 에너지고속도로와 기후테크 클러스터, 경기성장펀드, 스마트농업, 문화·관광·스포츠 산업을 단계적으로 육성하는 '5대 성장동력' 구상을 제시했다.
추 당선인도 현안 회의에서 "어려운 재정 여건이지만 북부 개발은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산업입지 조성에 그치지 않고 사람과 기업이 함께 모이는 자족형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통 분야에서는 수도권 원패스와 경기 편하G 버스 확대, 자율주행 DRT 도입 등을 주문했고, 주거 분야에서는 3기 신도시 적기 추진과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방안을 점검했다. 복지 분야에서는 의료와 돌봄을 연계한 '경기도형 통합돌봄' 구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민선 9기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준비위원회는 명칭부터 '인수위원회' 대신 '준비위원회'를 선택했다. 김 위원장은 "김동연 도정의 성과와 연속성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비전을 더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기후정책과 일부 산업정책 등은 계승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행정 운영 방식과 재정 운용, 정책 추진 체계는 새롭게 설계하는 방향을 택했다.
도민 참여 확대도 눈에 띈다. 준비위원회가 운영한 '당선인에게 바란다'에는 8일간 3020건의 정책 제안이 접수됐다. 준비위원회는 이를 민선 9기 도정 과제에 반영하고, 타운홀미팅 정례화와 '경기도시민참여위원회'(가칭) 설치 등을 통해 시민 참여를 제도화할 계획이다.
준비위원회는 30일 공식 활동을 마치고 해산한다. 추 당선인은 7월 1일 검소한 취임식을 시작으로 민선 9기 도정을 공식 출범시킨다.
보름 남짓한 준비 기간에 드러난 메시지는 분명했다. 재정 위기를 인정하되 이를 혁신의 출발점으로 삼고, AI 행정혁신과 공정한 시스템, 반도체와 경기북부 대전환을 양대 성장축으로 경기도정을 다시 설계하겠다는 것이다. 민선 8기의 성과를 계승하면서도 행정 방식은 과감히 바꾸겠다는 추미애표 도정 실험이 7월 1일 1400만 경기도민 앞에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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