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살인미수인데, 쉬쉬"…괴담 퍼지자 피해 학생은 또 울었다
용인 한 중학교 흉기피습…학교 측 비밀 의무 얽매여 엉뚱한 루머 확산
학생인권조례에 막힌 소지품 검사…"흉기 소지해도 확인 불가"
- 김기현 기자
(용인=뉴스1) 김기현 기자 = 경기 용인시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동급생 흉기 피습 사건' 이후 일각에서 각종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확산하면서 피해 학생이 또 다른 고통을 겪고 있다.
교육 당국이 피해 학생 보호와 학교 안정화에 힘쓰면서도, 정작 법적 한계로 구체적인 정보는 제한적으로 공개하면서 지역사회 불안과 루머 확산을 막지 못하면서다.
특히 해당 사건을 계기로 학교에서 학생이 흉기를 소지하고 다니더라도 사실상 강제로 확인할 수 없는 허점 역시 드러나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7일 용인시 수지구 소재 D 중학교에서 A 군이 같은 반 B 군으로부터 흉기 습격을 당했다.
A 군은 아주대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처치를 받고 비교적 빠르게 건강을 회복해 5일 만인 이달 1일 등교를 재개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온라인 커뮤니티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피해 학생이 사망했다", "의식불명 상태다", "수 시간 대수술을 받았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대표적이다.
A 군 부모는 D 중학교가 전체 학부모를 대상으로 발송한 가정통신문에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포함하지 않은 결과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D 중학교 가정통신문에는 "학교폭력 예방 교육 및 공정한 사안 처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다양한 정서 지원 프로그램 등을 적극 운영할 예정" 등 사후 조치 계획만 담겼다.
A 군 부모는 "사건 자체도 견디기 힘든데,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계속 퍼지면서 또 다른 상처를 받고 있다"며 "정확한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탓"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 아이와 B 군 사이에 오간 대화는 수업과 관련한 짧은 대화가 전부였다"며 "우리 아이는 B 군이 갑자기 저지른 범행에 일방적으로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 당국 역시 답답함을 호소한다.
현행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이 강한 비밀 유지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법 제21조(비밀 누설금지)는 학교폭력 업무 수행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용인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되면 관련 내용을 자세히 공개하기 어렵다"며 "가정통신문을 통해서도 세부 사실관계를 안내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D 중학교 측 역시 B 군 사건 발생 직후 가정통신문을 발송했지만, 같은 이유로 구체적 상황이나 범행 경위 등은 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예방법 취지는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모두의 개인정보 보호 및 2차 피해 방지에 있다.
다만 B 군 사건처럼 수십 명에 달하는 학생과 교사가 직접 목격한 강력범죄가 발생한 경우에는 예외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정보 공백'이 발생하면서 각종 추측과 루머가 난무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정작 가장 최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A 군 가족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일일이 해명하고 나선 상태이다.
D 중학교 관계자는 "B 군 사건 발생 이틀 후인 같은 달 29일 공개수업에 참석한 일부 학부모에게는 구두로 대체적인 상황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비밀 유지 원칙은 필요하지만, 공동체 안전과 허위 정보 확산 방지를 위해 어느 수준까지는 사실관계를 공식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B 군 사건이 던진 또 다른 숙제는 '학교 내 흉기 관리' 문제다.
A 군 가족은 B 군이 지난해부터 과도를 소지하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주변 학생들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여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지만, D 중학교 측은 설령 그런 정황이 있었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였다고 설명한다.
D 중학교 관계자는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교사가 학생 소지품을 강제로 검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눈에 보이는 위험물은 지도하고 압수할 수 있지만 가방 안에 숨겨둔 물건까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12조 제2항은 교직원은 안전 등을 위해 긴급히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학생 동의 없이 소지품 검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학생 인권 보호'가 궁극적 목표이지만, 최근 학교 내 흉기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안전과 인권 사이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위험 물품 소지 정황이 있거나 학교 구성원 안전이 우려되는 경우에도 교사가 실질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현행 제도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D 중학교 관계자는 "최소한 학생 안전과 직결되는 위험물에 대해서는 학교가 일정 부분 확인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 당국은 현재 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에 근거해 B 군에 대한 출석정지 조치를 내린 상태이다.
B 군에 대한 출석정지 조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심의일까지 유효하다. 학폭위 심의는 2주 안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 조치 수위는 △심각성 △고의성 △지속성 △가해 학생 반성 정도 △화해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주요 조치로는 서면 사과(1호), 접촉·협박·보복 금지(2호), 학교 봉사(3호), 사회 봉사(4호), 특별교육 및 심리치료(5호), 출석 정지(6호), 학급 교체(7호), 전학(8호), 퇴학(9호) 등이 있다.
다만 경찰과 검찰이 B 군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신청·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사실상 A 군 가족은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법원은 "소년은 부득이한 경우에만 구속할 수 있다"며 "증거가 대부분 확보돼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취지로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군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순찰을 강화하는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나, 가해 학생을 강제로 격리할 법적 수단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A 군 부모는 "학교와 경찰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여전히 피해자만 조심하며 살아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며 "무엇보다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 안전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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