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부산50k 트레일런 코스 수차례 변경…피해는 참가자 몫
금정산 외곽 급변경…조망x·보급 음식도↓
"트레일러너 때문에 환경훼손?"…오해에 황당
- 이상휼 기자
(부산=뉴스1) 이상휼 기자 = 오랜 만의 부산행으로 들떴다. 지난 9일, 부산의 주요 산을 걷고 뛸 수 있다는 부산50k 트레일러닝 대회 50k 코스에 참가했다. 여행 기분을 살리려 평소 가끔 러닝을 같이 하는 지인을 꼬드겨 12k 코스 대회에 참가하게 하고, 전날(8일) 미리 부산에 도착해 돼지국밥과 밀면과 지역의 소주를 마셨다.
십여 년 전 금정산을 올랐던 적이 있다. 부산시내와 먼바다까지 한눈에 보이는 절경이었고 능선길은 예상보다 넓어 시야가 트였다. 이번 트레일러닝 대회도 최초에는 금정산 고당봉을 지나는 코스였으나 몇 차례 수정됐다.
대회 개최 직전 지역의 환경단체와 지역매체들이 앞다투어 '산악마라톤으로 환경훼손이 우려된다'는 여론을 조성했고, 주최 측은 급하게 코스를 두 번이나 변경했다.
금정산의 외곽을 우회하는 코스였고 총 길이 52㎞ 구간의 당초 누적고도 3000여m에서 2300m로 수정됐다가 또 2400m로 변경됐다. 막상 완주해보니 획득고도는 2900m를 넘겼다.
안타깝게도 잘못된 여론 조성의 최종 피해자들은 먼 곳에서 부산으로 관광 겸 대회참가를 하러 온 아마추어 트레일러너들이다. 산악마라토너들로 인해 등산객들이 방해를 받고 등산로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황당한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트레일러너들은 코끼리가 아니다. 대부분 체중 100㎏ 미만이며, 잰걸음으로 보폭을 줄여 (보폭이 넓을수록 부상 위험이 크다) 조심조심 내딛기 때문에 등산로는 아무런 지장도 없다. 대부분은 본래 등산에서 트레일러닝으로 발전했고 좀 더 다양한 산을 많이 접하기 위해 트레일러닝을 하는 것이다.
아주 일부를 빼고 대부분은 환경보호를 철칙으로 여기고, 마주치는 등산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하며, 종종 지쳐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등산객들에게 물과 간식을 나눠주거나 구조를 지원하기도 한다. 주로에서 마주치는 요구조자를 외면할 경우 코스를 완주하더라도 실격이라는 지침이 거의 모든 대회 규정에 명시돼 있다.
대회 전날 수정 배포된 GPX는 30㎞를 넘긴 지점에서 제대로 코스를 안내하지 못하기도 했다. 알바(정해진 주로를 이탈해 잘못 달리는 경우)하는 주자들이 속출했다. 엘리트 선수들에 따르면 트레일러닝은 10㎞ 거리당 누적고도 500m이면 평균적 난이도로 친다.
수정 배포된 누적고도가 2400m이라고 했으니 다소 쉽다고 여기고 전날 부산 토속 음식과 함께 과음을 했다. 또한 시작과 동시에 페이스를 올려 에너지를 과소비했다. 결과적으로 누적고도가 예상보다 500m 높았으니 후반에 힘들었다.
신라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시작한 주로는 넉넉히 넓었으며 다른 대회와 달리 병목 구간이 없었다. 수많은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아 잘 다져진 등산로는 깔끔했으며 울창한 숲은 시원한 그늘을 마련해줬다.
금정산 외곽길은 오히려 좋았다. 등산객들의 드문드문 보였고 마주칠 때마다 응원을 보태줬다. 어버이날 다음날이라 그런지 노부모와 함께 산행에 나선 가족들이 많았다. 노인 세대 등산객, 가족단위 등산객들이 많았고 50k 주자들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줬다. 그럴 때마다 트레일러너들은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로 화답했다.
다만 높은 곳에서 바다와 부산시내의 경치를 조망하는 절정의 순간을 짧게만 접할 수 있어 아쉬웠다. 체크포인트(물과 음식 보급소)마다 트레일러너들에게 제공되는 음식도 대폭 축소됐다. 음식의 위생 상태 등에 대해 누군가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이 같은 악성민원 행각은 주최 측을 향한 성토가 아니라 트레일러닝 그 자체를 향한 증오성 공격으로 여겨졌다.
또한 주최 측이 코스를 급하게 변경하느라 50k와 37k 코스의 구간이 겹쳐 후반에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
그래도 부산의 산과 바다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마주치는 시민들의 인심도 넉넉했다. 부산역까지 가는 택시기사의 운전솜씨도 경쾌했다. 다만 부산에서 또다시 트레일러닝 대회가 열리면 참가하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지역에 활기가 돈다'면서 트레일러너들을 반기는 전북 장수, 경기 동두천, 강원 강릉·태백·원주 등 여러 도시들의 정겨움과 관용이 새삼 더욱 고맙고 소중하게 다가온 부산50k 대회였다.
daidaloz@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