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 잿더미 만들 뻔한 방화범, 치밀한 '바가지 파손' 행각

불 끄지 못하게 약수터에서 파손 후 7곳 연쇄 방화…구속 기소

지난 3월 12일 발생한 수원 팔달산 일대 화재 현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3.12/뉴스1

(수원=뉴스1) 송용환 기자 =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 일대 팔달산에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기소 된 40대가 범행 직전 약수터 바가지를 미리 부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오전 11시 10분쯤 수원 팔달산 내 7개 지점에서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발생했다. 현장에서 긴급 체포된 A 씨는 초기 경찰 조사에서 "산책을 나왔을 뿐"이라며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A 씨의 계획적인 행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영상 속 A 씨는 방화 전 약수터로 걸어가 비치된 물바가지 3개를 모두 내리쳐 깨뜨렸다. 이는 불을 질렀을 때 주변 시민들이 약숫물을 이용해 초기에 진화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의도였다.

검찰은 이 같은 증거를 제시하며 추궁했고, 결국 A 씨는 누군가 불을 끌까 봐 바가지를 부쉈다며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당시 화재에 따른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잡목 40여 그루와 임야 560㎡가 소실되는 등 재산 피해가 났다.

각 방화 지점 근처에 있는 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 감시용 시설 서남각루(西南角樓), 경기도 기념물인 청동기시대 무덤 지석묘군(支石墓群) 등도 모두 무사했다.

팔달산(해발 143m)은 팔달구 행궁·고등동과 장안구 영화동에 걸쳐 자리 잡은 수원지역 중심부로, 매일 등산객과 행락객이 다수 몰리는 명소로 꼽힌다.

특히 보물 403호인 화서문을 비롯해 서북공심돈, 서장대, 행궁 등 국가사적으로 분류되는 화성 핵심 구간을 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sy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