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대전환 시대 소방조직, 기술보다 방향 세워야

최용철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 전담 직무대리.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4.16/뉴스1

(수원=뉴스1) 최용철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 전담 직무대리 = 최근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 판단의 방식을 바꾸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자료 분석을 넘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수행하는 '에이전틱 AI'의 등장은 우리에게 'AI의 도움으로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가'라는 근본적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재난 현장은 이 변화의 최전선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불완전한 정보와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판단의 지연은 도민들의 피해로 직결됩니다.

소방에서 AI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입니다.

센서가 인지하고, AI가 판단하며, 기계가 대응하는 구조는 이미 현실화했습니다. 향후 재난 대응의 표준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구체적인 변화가 진행 중입니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재난 환경을 모사한 로보틱스 챌린지를 통해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바 있고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 역시 AI 기반 로봇을 산업 현장에 적극 투입하고 있습니다.

AI는 화면 속 기술이 아닌 현장에서 '작동하는 체계'로 진화했습니다.

반면 공공의 현실은 뼈아픕니다.

2025년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공공기관의 약 60%가 AI를 도입했지만, 실제 현장은 변화하지 못하는 한계를 노출했습니다.

AI 기술을 도입하는 타이밍과 활용의 깊이, 이 두 가지가 모두 맞아야 비로소 기술은 현장이 될 것입니다.

이에 경기소방은 질문을 바꿨습니다.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AI를 조직의 언어로 삼겠는가."

경기도는 재난의 밀도와 복합성이 그 어느 곳보다 높은 지역입니다. 그렇기에 출동 1건의 대응 속도를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재난을 예측하고 자원을 배분하며 정책을 수립하는 모든 단계에 AI를 녹여내는 것, 그것이 경기소방이 그리는 변화입니다.

그 방향은 세 가지입니다.

먼저 AI를 현장의 언어로 만드는 것입니다. AI는 결정을 대신해 주지 않지만, 대원들이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정밀한 선택을 내리도록 돕는 최고의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둘째, AI를 정책의 언어로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사후 분석'에 그쳤던 데이터를 재난 예측과 예방 정책 수립의 근거로 전환하겠습니다.

셋째, AI를 조직의 언어로 만드는 것입니다. 현장과 지휘, 행정과 훈련, 조직 어디서든 같은 정보를 보고 같은 기준으로 판단하는 '지능형 소방 시스템'을 구축하겠습니다.

재난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대응은 예고보다 빨라야 합니다. 재난 발생 전부터 준비되고, 출동하는 순간부터 대응이 시작돼 최적의 해법을 찾아내는 미래, 그것이 우리가 그리는 소방의 이상향입니다.

국민의 안전이 우리의 기준이고, AI 기술은 그 기준을 지키는 수단입니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