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선·숲길 8시간…장수 트레일레이스 38㎞ 완주기[트레일런 르포]

악천후로 코스 단축했지만…운해 장관, 주민들 정겨운 응원
고분군·활공장·자작나무숲 등 빼어난 주로…역시 '트레일런 성지'

2026 장수트레일레이스 Spring with 노스페이스 70k(38k 단축 운영) 코스를 피니시하는 순간 기자의 모습. (사진= 포토그래퍼 @wildbaek 집밖백선생) /뉴스1

(장수=뉴스1) 이상휼 기자 = 산과 임도를 뛰는 트레일러너들 사이에서 전북 장수군은 '트레일러닝의 성지'라고 불린다. 인구 2만1090명의 소도시에 지난 3~4일 수천여 명의 트레일러너들과 그 가족·지인들이 다녀갔다.

락앤런(ROCKNRUN)에서 주최한 '2026 장수트레일레이스 Spring with 노스페이스'에 기자도 도전했다. 트레일런에 입문한지 갓 1년차이지만 제대로 꽂혀서 그간 7번의 국내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여했다.

대회 과정에서 만난 트레일러너들은 한결같이 '장수 대회가 찐이다'고 입을 모았다. 울트라트레일러너 출신 청년 대표가 총력을 다해 재미난 트레일 코스를 짰고, 관할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더 의미 있는 대회라는 설명이었다.

다만 '숙소' 인프라가 부족해 기자는 인근의 무주에서 1박했다. 70k 코스에 도전했지만 대회 전날부터 당일 아침까지 폭우가 쏟아져 주최 측은 38k 코스로 변경 조치했다.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한 적절한 조치였다.

출발 시간도 당초 오전 7시에서 두 시간 늦춰져 9시에 이뤄졌다. 출발과 동시에 비가 그쳤고 능선을 오를 때마다 운해를 만끽할 수 있어 힘듦을 이겨낼 수 있었다.

장수트레일레이스 자작나무 숲길 구간 /뉴스1 이상휼 기자

육산(肉山)이라 악산(岳山)에 비해 험하진 않았지만, 비 내린 주로는 온통 진흙이었다. 그래도 돌덩이가 많지 않아 하체에 누적되는 충격은 적었다.

주로 전반이 부드러웠고 능선을 오르락내리락 달릴 수 있는 구간이 많았다.

체크포인트(CP)마다 토마토즙을 비롯한 지역 특산품들이 마련됐고 보급에 부족함이 없었다.

자작나무 숲길을 달리는 구간은 매우 아름다웠고, 동촌리가야고분군(사적 552호)을 달리는 구간은 역사 속으로 회귀 여행하는 기분을 들게 했다.

동촌리가야고분군 일대를 오르는 트레일러너들 /뉴스1 이상휼 기자

마지막 CP가 마련된 '수분마을'은 이번 코스의 압권이었다. 어린이와 노인들을 비롯한 마을주민들이 주로 양 옆에 도열해 연신 응원해주며 하이파이브를 해주었다.

유년 시절 뒷동산을 뛰어놀던 순간이 문득 문득 떠올랐다. 이런 정겨움이 좋아 트레일런 대회에 빠져든 것 같기도 하다.

주로에서 부모·조부모와 함께 응원에 나선 어린이들을 많이 만났다. 요즘은 도시의 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어린이들을 주로에서 자주 마주쳐 의외라는 느낌이 들었다.

장수는 저출산을 극복하는 중인 강인한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

락앤런 측은 장수 논개활공장에 포토 스팟과 응원 구간을 마련해 주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뉴스1

지난 1~2월 홍콩·교토·대구에서 각각 열린 3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후 무리했는지 발에 통증이 오는 부상을 입었지만, 장수트레일은 다행히 유순한 주로여서 이번엔 완주 후 큰 통증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 완주는 정확히 8시간이 소요됐다. 비가 아니었다면 70㎞를 달려야 했는데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비와 주최 측의 빠른 판단에 고마울 따름이다.

골인지점에는 트레일러닝 장비를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엑스포가 열렸고, 먹거리 장터도 마련됐다. 주최 측에서 지역에서 쓸 수 있는 1만 원권을 참가자들에게 지원해줬다.

다만 장터에서 판매하는 음식들의 상태가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에는 부족했다. 인근 읍내 식당에서도 대회 참가자들에게 할인 혜택과 아이스크림 제공 등의 인심을 베풀어줬다.

45년을 살아오면서 장수에 처음 방문했다. 앞으로는 해마다 장수 트레일러닝 대회에 참가하러 갈 것 같다.

장수트레일레이스 38k 코스의 누적고도와 거리. (이동거리 측정=suunto) /뉴스1 이상휼 기자

daidalo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