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당했다"…10대 여직원, 주점 사장 무혐의 결론에 생 마감

검찰 보완수사 요구에 경찰 추가 조사했지만 "혐의 없음" 유지
유족 "부실 수사" 지적…경찰 "피해자 주장 뒷받침할 근거 부족"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안산=뉴스1) 김기현 기자 = 자신이 일하던 주점 사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10대 여성이 경찰 무혐의 결정 후 숨지자 유족이 부실 수사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2시께 경기 안산시 단원구 한 주점에서 일하던 A 씨(19·여)가 사장 B 씨(40대)를 준강간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당일 새벽 영업을 마치고 오전까지 회식을 했고, 동석자들이 차례로 귀가하고 단둘이 남아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당일 이뤄진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시고 기억을 잃었는데, B 씨가 성행위를 하고 있었다. 깜짝 놀라 그를 밀치고 뛰어나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당시 A 씨 혈중알코올농도는 0.085%였다. 음주운전으로 치면 면허취소 수치(0.08%)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경찰은 주점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 피고소인, 동석자 진술 등을 토대로 A 씨가 항거불능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요 근거로는 이 사건 발생 전후로 두 사람이 웃고 대화하며 주점 내부를 오가거나 여러 차례 스킨십을 했으며, 헤어지는 시점에는 서로 배웅을 했던 점 등을 내세웠다.

B씨 역시 경찰에 "합의된 관계였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참고인 조사에서도 혐의를 인정할 만한 진술이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그런데 지난 2월 18일 경찰 불송치 결정을 통보받은 A 씨는 사흘 후인 21일 건물에서 투신해 숨졌다.

A 씨는 고소 접수 이후 사망할 때까지 지인들에게 SNS를 통해 "성폭행당했다" "죽고싶다" 등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휴대전화에는 "(수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사건 이후 정신적 충격이 크다"는 내용과 함께 이의신청서가 남아 있었다.

경찰은 A 씨가 이의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간주해 이의신청을 접수했고, 해당 사건은 자동으로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보완수사를 요구했으며, 경찰은 추가 조사를 진행해 7일 보완수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

그러나 B 씨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성범죄 고소 사건에 대한 불송치 결정을 내리면서도 피해자에 대한 추가 조사 등을 진행하지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한 점에 미뤄 수사가 충분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 씨 유족 역시 경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취지로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진술을 반복해 진술하게 하는 것도 2차 피해가 될 수 있어 여러차례 조사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면서 "CCTV 영상 등 여러 수사 내용을 보면 피해자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