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김창민 감독 사건 당일 '쌍방폭행' 판단…"종업원 진술 있었다"

'특수협박' 혐의 조사 대상 올려…공소권 없음 처분
유족 측 "부실 수사로 가해자 중 누구도 구속 안 돼"

김창민 감독 SNS에 게재된 사진. /뉴스1

(구리=뉴스1) 양희문 기자 = 식당에서 폭행을 당해 숨진 김창민 영화감독 사망 사건과 관련, 경찰이 사건 당일 김 감독을 특수협박 혐의로 조사 대상에 올렸던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의 초동 대응 등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폭행 사건의 진상은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9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건을 수사한 경기 구리경찰서는 지난해 10월 20일 사건 발생 직후 식당 내부와 폭행이 벌어진 골목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를 확보·분석했다.

당시 김 감독은 발달장애 아들과 식당을 찾았다가 A 씨(30) 일행과 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었다.

사건 당일 CCTV 영상에는 김 감독이 식당 밖에서 A 씨 일행과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식당 안으로 들어온 김 감독은 테이블에서 무언가를 집어 든 후 일행에게 달려들었으나 제지당했다.

김 감독이 이를 휘두르거나 하는 모습은 담기지 않았다.

상황이 악화하자, 일행 중 1명인 B 씨는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의 목을 조르기도 했다. 이후 김 감독은 식당 밖으로 나왔고, 일행은 김 감독의 등을 토닥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실랑이가 벌어졌고 A 씨는 김 감독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 B 씨는 쓰러진 김 감독을 골목으로 끌고 갔고, 그곳에서 A 씨의 추가 폭행이 이뤄졌다.

식당 종업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김 감독이 돈가스 칼을 들고 달려들었다"는 종업원의 진술 등을 확보, 수사 초기 김 감독을 특수협박 혐의로 조사 대상에 올렸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시 CCTV 영상과 종업원 진술 등을 확보했는데, 현장 출동 경찰관은 당시 김 감독과 A 씨가 쌍방으로 다툰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김 감독 사망에 따라 관련 혐의를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A 씨도 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이후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로 한 차례 반려됐다.

경찰은 A 씨와 B 씨 2명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로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유족 측은 경찰의 부실 수사로 가해자 중 누구도 구속되지 않았다며 전면 재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폭행 당시 가해자 일행이 최소 6명 등장하는데도 1명만 피의자로 특정됐고, 피의자에게 유리한 정황이 다수 증거로 채택돼 구속영장 기각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게 유족 측 입장이다.

지난 8일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감독의 아버지 C 씨(70)는 "초동 수사가 미흡했기 때문에 (경찰 입장에서) 그것을 번복하거나 뒤집기가 굉장히 어려웠던 것 같다"며 "유족 입장에서 피의자들을 불구속 수사하는 상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자는 현장에서 사건을 목격한 후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약을 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언론을 통해 유족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도 수사 기관 조사에서 사실관계가 잘못 알려진 부분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현장 출동과 수사 등을 담당한 구리경찰서 관계자들을 상대로 감찰을 진행 중이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검사 3명, 수사관 5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리고 보완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전날 김 감독의 아들 D 씨(21)를 불러 조사하는 등 사건 진상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yhm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