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범죄 정황 보였는데 못 막아…'남양주 스토킹 살인' 감찰 착수

이재명 대통령 "책임 있는 관계자 감찰하고 엄하게 조치"
전문가 "재범 위험성 높아 보였음에도 경찰 안일하게 대응"

경기북부경찰청 전경/뉴스1

(남양주=뉴스1) 양희문 기자 =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던 20대 여성이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경찰 조치의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강력 범죄로 이어질 정황이 보였음에도 가해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관계자를 감찰한 뒤 엄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17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8시 58분께 남양주시 오남읍 한 길거리에서 40대 남성 A 씨가 20대 여성 B 씨를 살해했다. B 씨는 A 씨의 특수폭행과 스토킹 행위로 경찰의 신변보호 대상자였다.

B 씨는 살해 전 수차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자신의 차 하부에서 A 씨가 붙인 걸로 추정되는 위치추적 의심 장치를 두 번이나 발견해 112에 신고했다. 스마트워치를 제공받고 맞춤형 순찰도 요청했다.

하지만 B 씨 신체를 구속하는 조치는 없었다. 경찰은 잠정조치 1~3호만 신청해 발부받았다. 피해자 주거지 100m 이내 접근금지와 전기통신을 통한 접근금지 조치지만 실시간 위치 추적이나 경보 기능은 없다.

경찰은 스토킹 대응용 전자발찌를 채울 수 있는 잠정조치 3-2호는 고려하지 않았다. 해당 발찌를 찬 채 피해자에게 1㎞ 이내로 접근하면 법무부 관제센터에 자동으로 경보가 울리게 된다. 피해자에게도 가해자가 인근에 있다는 알림이 가고, 경찰에도 상황이 즉시 통보된다.

경찰은 A 씨의 신체를 구속하는 조치를 우선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 구속 증거가 되는 위치추적 의심 장치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의뢰를 기다린 뒤 잠정조치 4호(구금)와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었다는 주장이다.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3-2호를 신청하고 발부받았다면 피해자가 적절하게 대피하고 경찰 출동도 더 빨라 범행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또 A 씨가 과거 강간치상 혐의로 13년의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받은 상태를 고려하면 구속 수사를 적극 검토했어야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범죄 사건에서 전자발찌 착용 명령을 받는 경우는 1년에 300명 정도"라며 "피의자는 그 중 1명인데, 높은 재범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봐도 되지만 경찰 등 관계 당국이 안일하게 조치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자발찌를 관리하는 법무부와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는 경찰 간 상호 정보 교류가 이뤄졌으면 막을 수 있었던 범죄"라며 "피해자가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사안으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스토킹 범죄는 가해자의 재범 위험성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위험성 여부에 따라 기본권 제한이 필요하다"며 "가해자에 대한 위치 추적이나 구금 등의 조치가 그 예다. 현재 피해자 중심 조치는 한계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부도 경찰 등 관계 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살인 범죄로 이어졌다고 보고 대응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16일 "당국의 대응이 더뎠고,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쳤다"고 질타하며 "스토킹 교제 폭력 피해자가 세심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관련 조치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남양주 스토킹 살해 사건과 관련해 경찰 대응의 적정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책임관서의 초기 대응과 수사 과정 전반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수사 감찰과 청문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 말씀 드리고 경찰로서 책임을 느낀다"며 "초기 조치부터 모든 과정을 면밀하게 확인해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yhm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