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과 합의 성관계"…'성폭행 15년형' 이부오빠, 항소심서 무죄[사건의 재구성]

원심 "성범죄 전력있는 피고인…피해자 정신적 지배했다" 실형
항소심 '일관되지 못한 피해자 진술' 주목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미진아.. 너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거가... 오빠는 너무 마음 아프고 슬픈데... 변호사가 편지 쓰면 너가 증거로 제출해 재판에 안 좋다고 쓰지 말라고 그랬는데 그냥 이렇게 쓴다. 오빠 때문에 고생만 하고 가까이 같이 지내면서도 잘 챙겨주지도 못하고 잘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영호(30대·가명)가 구치소에서 미진(20대·가명)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영호와 미진은 어머니가 같고 아버지가 다른 이부남매 사이다.

미진은 이 편지를 받자마자 오빠가 자신에게 이상한 편지를 보내 괴롭힌다며 '엄벌 탄원서'를 법정에 제출했다.

영호는 미진에게 성범죄 신고를 당해 지난 2025년 5월 1일 수원지법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영호에게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간) 등으로 징역 7년,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으로 징역 8년 등 총 15년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제14형사부(부장판사 고권홍)는 "피고인은 이부남매인 피해자를 강간하고,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하도록 자신의 통제 하에 두면서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피고인의 성폭행에 저항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피고인의 지속적인 성폭행과 협박, 통제된 생활 속에서 상당한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체포 당일에도 술을 마신 채 오토바이를 운행하고 전자장치까지 훼손해 중형의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영호가 성범죄 전력이 3번이나 있고 강간죄 등으로 누범기간 중임에도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점, 전자장치부착등에관한법률위반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이후에도 재차 외출제한 등 준수 사항을 위반한 점도 불리한 정상으로 삼았다.

영호는 이후 항소심 국선변호인을 처음 접견하면서 범행을 인정하고 '양형부당'으로만 항소하겠다고 했다.

"너무 마음이 아프고 제가 부도덕한 행동을 한 것은 맞으니까요... 너무 지쳐서 재판을 빨리 끝내고 싶습니다."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 ⓒ 뉴스1

하지만 항소심 재판 과정 중 영호는 성범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고,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영호의 손을 들어줬다. 영호와 미진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2025년 11월, 수원고법 제2-2형사부(고법판사 김종우 박광서 김민기)는 영호에게 성범죄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언급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실상 유일한 증거에 해당하는 피해자의 진술은 믿기 어렵고, 그 밖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각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미진은 영호를 처음 만난 2023년 5월 이후 함께 울산에 거주하면서 첫 성범죄를 당하고 주변에 알리지 못한 이유에 대해 영호의 협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수원으로 올라와서도 같이 동거하며 계속된 성범죄를 당했지만 "엄마 집을 부수겠다"고 협박하고, 자해하거나 자해한 사진을 보내 정신적으로 통제 당했다고 호소했다.

영호가 자해하면서 미진을 협박했다는 부분은 미진이 심리적 항거불능 상태에 빠지게 되는 주요 원인으로, 공소사실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대한 미진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는 점에 주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갈수록 피해 사실이 추가되거나 구체화되고 있어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왼쪽 팔과 복부에 수차례 자해를 한 흉터가 남아있는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은 이 흉터가 어릴 때 상처라고 주장하고 있고 자해 과정에서의 흉터인지 불분명하다"고도 했다.

영호는 법정에서 "배달일을 하면서 예전처럼 미진에게 돈을 갖다주지 않고 다른 여자도 만나면서 미진과 다투는 일이 잦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미진이 저에게 금목걸이를 선물해준 적이 있는데 제가 금목걸이를 판 돈으로 다른 여성과 술을 마시고 잃어버렸다고 거짓말해 싸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호의 변호인은 "피해자가 피고인과 여자 문제로 다툼이 생겨 배신감을 느꼈고 어머니에게 피고인과의 관계를 더이상 숨길 수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과 좋아서 같이 살았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은 검사가 상고해 현재 상고심 계류 중이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