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러지면 아이가 갈 데 없어…" 중증장애인에 자립은 '생존'
경기복지재단 '장애인 실태조사'로 본 재가 중증장애인 가구
- 송용환 기자
(수원=뉴스1) 송용환 기자 = "저한테 자립은 먼 나라 얘기예요. 지금 형편으로는 자립시킨다 그러면 좀 막막해요. 어떻게 내보낼지."
경기도의 한 장애인 보호자가 한 이 말은 '자립'이 더 이상 희망적인 '독립'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홀로 남겨질 자녀의 생존을 위한 절박한 과제가 된 것이다.
22일 경기복지재단의 '2025년 경기도 장애인 자립생활 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 담긴 재가 중증장애인 15명(보호자 포함) 대상 질적 인터뷰에서 드러난 자립의 의미는 '독립'이 아니라 '안전'이었다.
인터뷰 가구 상당수는 성인 중증장애인과 고령 부모만 남은 2인 가구였다. 형제자매가 독립한 뒤 돌봄은 부모에게 집중됐다. 한 어머니는 "형제들은 다 나갔고, 이제 나랑 아이 둘뿐"이라며 "내가 쓰러지면 이 아이는 바로 갈 데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보호자는 "아이에게 친구가 없다. 내가 엄마이자 친구"라며 사회적 고립을 토로했다. 24시간 밀착 돌봄 속에서 "내 인생은 없다"는 말도 나왔다.
이들에게 자립은 선택이 아니었다. 한 인터뷰 참여자는 "자립은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엄마가 없으면 살아야 하니까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부모는 그룹홈 체험 등을 통해 분리 생활을 시도하고 있지만, "떼어놓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너무 무섭다"는 불안도 컸다. 완전한 독거에 대해서는 "혼자 살다 불 나면 어떡하냐" "누가 들어오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반복됐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개인 공간은 보장하되, 24시간 지원과 안전망이 결합한 형태의 '보호된 자립'이었다.
일상 속 장벽도 여전했다. "콜택시 한 번 부르면 2시간 기다린다"는 이동권 문제, 앱 기반 예약 전환에 따른 디지털 접근성에 대한 한계, 동네 식당 등 생활시설의 물리적 접근성 부족이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경제적 자립 역시 쉽지 않았다. "일하고 싶은데 받아주는 데가 없다"는 호소와 함께 일자리가 생계 기반이 아니라 낮시간 보호 기능에 머무는 현실도 드러났다.
미래에 대한 가장 큰 두려움은 건강 악화가 아니라 돌봄 공백이었다. "아픈 것보다 무서운 건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것"이라는 말은 인터뷰 전반을 관통했다. 대규모 시설은 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혼자는 못 산다"는 현실 인식 속에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안전한 전환 경로였다.
재단은 보고서에서 "이제 자립을 '혼자 사는 것'으로 정의하는 정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소규모 분산형 공공주거 확대와 24시간 활동 지원 체계 구축, 부모 사후 대비 전환계획 의무화, 특별교통수단 확충과 디지털 접근성 개선, 맞춤형 공공일자리 확대 등 안전망 중심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s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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