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망한다…행정통합은 지방이 인구 빼앗기지 않게 하는 것"

[뉴스1 초대석]홍준현 전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장…"출산율 정책 한계"
"특별법은 큰 틀일뿐…기능 조정·중앙-지방 관계 재설정 등 로드맵 필요"

홍준현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홍 교수 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서울=뉴스1) 양희문 기자 (대담 = 장도민 전국취재본부장)

"이대로 가면 망한다…지방소멸 막기 어려워"

"이대로 가면 망합니다."

홍준현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전 행정안전부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장)는 10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현재 지방 상황을 이렇게 한마디로 요약했다. 현행 시도 중심 행정체제만으로는 인구 감소와 지역 쇠락, 즉 지방소멸을 막기 어렵다는 경고다.

홍 교수는 지난해 1월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 권고안을 내며 광역행정체제 구축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왔다. 그는 "권고안을 서론부터 강하게 쓴 건 공무원과 정치권이 현실을 직시했으면 해서였다"며 "지방소멸은 정권이나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의 미래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가 보는 행정통합의 본질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다.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생활·경제 구조를 권역 단위로 다시 설계하는 일에 가깝다.

"출산율이 아니라 '이동'…인구정책이 놓친 핵심"

홍 교수는 지금까지 인구정책이 출산율 제고에 과도하게 기울면서, 비수도권 인구 감소의 핵심 변수인 '이동'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산율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이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곳은 비수도권"이라며 "출산율만 붙잡고 접근하면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지방이 비교적 높은 합계출산율을 유지해도 청년층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면 총인구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수도권에서 인구를 '되가져오는' 정책은 지난 20여 년간 여러 방식으로 시도했지만 한계를 확인했다"며 "이제는 비수도권이 수도권에 인구를 빼앗기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행정통합을 이런 구조 전환의 수단으로 봤다. 광역 단위에서 생활·경제권을 묶어 권역 내 일자리와 서비스 기반을 키우고, 수도권 쏠림을 권역 내부의 거점에 묶어둬야 한다는 취지다. 즉 수도권으로의 쏠림현상을 행정 통합을 통해 인근 지역 내에서의 쏠림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홍준현 중앙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홍 교수 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뉴스1
"생활권·경제권은 이미 경계를 넘었다…데이터로 권역부터 다시 그려야"

홍 교수는 행정통합 논의가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주민 생활권과 기업 경제권이 어디에서 형성되는지부터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같은 시도 경계가 주민의 생활권, 기업의 경제권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초광역 단위는 기업 네트워크와 산업 연계, 일자리 구조까지 포함해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특히 사람 중심의 생활권은 △주거 이동 △통근 이동 △소비 이동 등 일상적 이동이 관건이라고 봤다. 교통 여건 변화로 이동 비용이 줄면서 생활권이 넓어졌고, 젊은 층일수록 활동 반경이 더 커지는 흐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생활이 이미 경계를 넘는데 행정 서비스 단위가 과거 기준에 묶여 있으면 비용과 수익의 주체가 어긋나고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체제 개편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통합단체장 선출이 끝이 아니야…정부 로드맵·견제 장치가 관건"

홍 교수는 행정통합 추진이 필요하고 여건이 과거보다 성숙했다고 보면서도 '통합만 하면 해결된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 논의되는 특별법은 큰 틀에 가깝고, 내부 설계는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차원에서 로드맵을 만들어 단계별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가 말한 로드맵의 핵심은 '단계론'이다. 1단계는 통합단체장 선출까지, 이후 2·3단계에서 기능 조정과 권역 경쟁력 강화, 중앙-지방 관계 재설정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기적으로 권역 내 불균형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숨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홍 교수는 "권역 내 불균형을 단기적으로 감수해야 권역 전체의 쇠락을 막을 수 있다"며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면 오히려 설득이 어렵다"고 말했다.

견제 장치도 언급했다. 초광역 단체장의 권한이 커질수록 의회의 견제 기능과 감사 기능 등 통제 장치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는 "통합은 출발점이지 완성이 아니다"며 "통합 이후를 설계하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yhm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