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신고 출동 경찰, "여친 취했다" 남성 말만 듣고 철수…결국 성폭행

경찰, 전체적인 사건 경위 파악 안해…초동 대응 미흡 지적
준강간·상해 혐의 기소된 가해자, 법원서 징역 3년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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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뉴스1) 양희문 기자 = 경기 남양주시 폭행 신고 현장에서 경찰이 가해자 말만 듣고 철수했다가 성폭행 사건으로 이어지면서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2024년 6월 27일 오후 9시 41분께 경기 남양주시 한 오피스텔에서 "복도에서 남자랑 여자가 싸우는 것 같다. 여자가 맞았는지 울고 있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최초 신고자인 이웃은 약 7분 뒤 "끝났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 신고를 재차 보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112 신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사건 당사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세대를 방문했다.

40대 남성 A 씨는 문을 열어주며 "여자 친구가 술을 마시고 취해 소란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경찰관은 불이 꺼진 집안에서 침대에 훌쩍이며 자는 20대 여성 B 씨와 바닥에 구토를 한 채 누워있는 여성 C 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외관상 특이 사항이 없다고 보고 단순 소란 신고로 판단해 소음 관련 주의사항만 전달하고 현장을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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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경찰이 철수하자 다음날 새벽 시간대 B 씨를 상대로 성폭행을 저질렀다.

그는 B 씨와 회사 동료이자 전 애인 사이로, 직장 회식에서 만취한 B 씨의 귀가를 도와주겠다며 자리를 함께 떠났다.

이후 B 씨는 주거지에 다다르자 A 씨와 집에 가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며 승강기에서 내리기를 거부했다.

그러자 A 씨는 B 씨의 손을 잡아 승강기 밖으로 끌어내고, 바닥에 주저앉아 버티는 피해자의 복부를 발로 걷어찼다.

또 B 씨에게 집 문 비밀번호를 말하라고 소리쳤고, 그가 현관문을 열자 주거지로 함께 들어갔다.

경찰의 소극적 대응이 성폭행 범죄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폭행 신고 당시 출동 경찰관이 피해자 진술, 폐쇄회로(CC)TV 확인 등 전체적인 사건 경위를 파악하지 않은 채 가해자 말만 듣고 현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안 내부를 봤을 때 싸움 흔적이 있으면 보다 자세히 사실관계를 파악했을 텐데 당시 취침하는 분위기여서 단순 소란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신분을 밝힌 경찰관이 인기척을 내고 들어갔지만 술에 취해 잠든 피해 여성이 별다른 도움 요청을 안 했고, 외관상 특별한 이상 징후도 없었기 때문에 CCTV 확인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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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장에는 폭행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이 있었다.

당초 112 신고가 폭행 의심 신고로 접수된 건 물론, 오피스텔 복도에는 폭행 피해자 B 씨의 신발이 한참 동안 방치돼 있었다.

'신발이 벗겨질 정도의 몸싸움이 있었다'고 짐작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싸운 흔적이 없었다는 경찰 측 주장은 모순된다.

최초 신고자가 "끝났습니다"라고 문자를 보낸 건 상황 종료를 암시하는 것이 아니라 '소란이 끝났다'는 1차적 종결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실무경험상 알 수 있음에도 이웃 신고 내용에 대한 진위를 면밀히 살피지도 않았다.

B 씨가 별다른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해명도 폭행 피해자가 '항거불능'의 만취 상태인 점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A 씨는 준강간, 상해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 15일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국식)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해자와 목격자가 일관되게 진술한 점과 무고나 위증의 위험을 무릅쓰고 고소할 이유가 없는 점을 들어 유죄로 판단했다.

yhm9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