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야탑역 BYC 건물 대형 화재' 1년 후…그간의 현장 기록
(성남=뉴스1) 유재홍 경기 분당소방서장 = 음식점 덕트 화재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규정에 맞지 않는 덕트 재질, 기름때가 쌓인 배출 덕트, 그리고 여기에 더해지는 열과 불꽃. 덕트 화재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후진국형 예고된 화재'다.
지난 1월 3일, 야탑역 인근 BYC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이러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 사고를 계기로 분당소방서는 음식점 덕트 화재의 구조적 위험성을 직시하고, 1년간 음식점 덕트 화재 안전대책을 추진해 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수치로 확인됐다. 2025년 분당구 음식점 화재는 14건으로, 전년 대비 39.1% 감소했다.
이번 대책은 단순한 계도 활동에 그치지 않았다. 분당소방서는 △화재 예방 △제도 개선 △현장 대응 역량 강화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유관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예방 활동을 펼쳤다. 야탑역을 시작으로 판교·서현·수내·정자·미금역까지 음식점 밀집 지역을 돌며 덕트 화재의 위험성과 K급 소화기 중요성을 알렸다.
특히 필로티 구조 상가를 대상으로 한 현장 소방안전교육과 덕트 설치 기준·관리 실태 점검은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냈다. 타폴린 주름관을 아연도금강판으로 교체하고, 배출 덕트를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음식점이 늘었으며 상가 관리사무소에서도 덕트 화재 위험성을 지속해서 안내하기 시작했다.
식용유 화재에 효과적인 K급 소화기 보급 역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성남시청, 대한송유관공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등 유관기관이 힘을 모아 소화기를 지원했고, 분당소방서는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시인성을 강화한 스티커를 제작·부착해 실제 화재 발생 시 올바른 소화기 사용을 유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은 남아 있다. 덕트 청소를 미루거나, 필터를 설치하지 않은 채 영업하는 곳, K급 소화기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방치한 사례도 여전히 존재한다. 협소한 주방 구조와 관리 비용 부담이라는 이유로 안전을 뒤로 미루는 건 대형 화재 씨앗을 키우는 일과 다름없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다중이용업소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법적 책임을 떠나, 덕트 화재는 한 음식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건물을 이용하는 이웃 상가와 시민 모두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덕트 규정 준수, 정기적인 청소, 그리고 올바른 K급 소화기 사용. 이 세 가지는 대형 화재를 막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 수칙이다. 음식점 덕트 화재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일상의 실천으로 이어질 때, 후진국형 예고된 화재는 더 이상 현실이 되지 않을 것이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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