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민 제안에 정책으로 응답"…수원 '새빛톡톡' 조용한 혁명
'버스정류장 쉼터 지정' 등 선례…정부 '우수기관 선정' 성과
"시민이 정책 출발점"…지방 행정 방향 바꾸는 '실험장' 호평
- 김기현 기자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지난 2023년 6월 경기 수원시가 야심 차게 출시한 '새빛톡톡'이 2년 만에 17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한 대형 온라인 시민 참여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시민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면, 행정이 정책에 반영하는 구조를 갖춘 지방자치단체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시민이 시정을 이끌어가는 직접민주주의 실험장'에 가깝다는 평을 받는 새빛톡톡. 무엇보다 정책 수용성과 행정 신뢰도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약 2년 6개월 전 문을 연 새빛톡톡은 시민 제안, 토론, 검토, 정책 반영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통합 시스템이다. 단순히 의견을 받는 공간이 아니라는 의미다.
새빛톡톡 주요 기능으로는 △시민 제안 게시 △설문 투표 △시정 참여 신청 접수 △정책 정보 제공 등이 있으며, PC·모바일에서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행정 주체를 행정기관에서 시민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거버넌스를 구축한 결과"라며 "단순 민원이 아닌, 정책 건의를 활성화해 시민 주도 정책 설계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시민 제안은 담당부서 승인, 30일 공개토론, 공감 100개 이상 시 부서 검토, 결과 공개 등 절차를 거친다.
정치적 목적이나 근거 없는 비난은 반려하지만, 정책이나 제도 개선이 가능한 제안은 예외 없이 공개토론에 부쳐진다.
시 관계자는 "행정 내부에서 반영되지 않은 시민 문제 인식이 정책 개발에 직접 연결되는 방식"이라며 "제안 채택 여부도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등 투명한 운영 절차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투명한 운영 절차는 자연스레 시민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댓글을 통한 토론 문화도 정착돼 제안 한 건에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개 의견이 달리는 모습은 이제 일상적이다.
새빛톡톡 영향력은 성과로도 나타났다. 시는 2024년 경기도 제안활성화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데 이어, 행정안전부 제안활성화 우수기관에 2024·2025년 2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특히 새빛톡톡을 통해 발굴된 시민 제안 중 △경기지역화폐 잔액 % 표시 △식사 배달서비스 개발 △수원수목원 휴일 분리 운영 등 3건은 2024·2025년 행안부 중앙우수제안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자체에서 수집한 시민 의견이 단순한 의견 청취를 넘어 중앙정부 정책 자문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새빛톡톡이 지역 시민 참여 플랫폼 상향평준화를 이끌 선례라는 평이 나온다.
시는 앞으로 새빛톡톡을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표적 활성화 정책으로는 '마일리지 제도'가 있다.
마일리지 제도는 회원가입, 출석체크, 제안 승인, 댓글, 설문 참여 등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해 수원페이·온누리상품권·기부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시는 올해 9월 새빛톡톡과 경기지역화폐 앱을 전국 최초로 연동했다. 경기지역화폐 앱 가입자 91만 명이 별도 설치 없이 새빛톡톡에 즉시 접속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덕분에 새빛톡톡 월평균 회원 증가율은 기존 5%에서 10%로 두 배 상승했고, 참여율 또한 1.5배 늘어났다는 게 시 설명이다.
새빛톡톡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운영하는 점 역시 활성화 정책 중 하나다. 초등학교 교과수업과 연계한 '우리도 참여할래요'는 새빛톡톡 독창적 운영 사례로 손꼽힌다.
우리도 참여할래요는 국어·사회 등 교과 수업과 연계한 새빛톡톡 활용 수업으로, 초등학생 시선으로 지역사회 문제점을 찾아보고, 개선 방안을 새빛톡톡에 제안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총 40개 학급이 참여해 178건에 달하는 제안이 나왔다. 이들 제안에는 댓글 3만 5675개가 달렸으며, 공감 5857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나온 제안은 △가로 쓰레기통 설치 △금연구역 지정 △킥보드 지정 주차장 설치 등 일상 문제였다.
아주대·경기대 행정학과와 협력해 개설한 '새빛톡톡을 활용한 정책개발 실습수업(전공 3학점)'도 눈에 띈다.
그간 학생 102명이 새빛톡톡과 설문투표로 시민 의견을 수렴해 22건에 이르는 정책을 제안했고, 4건은 실제로 채택됐다.
시가 채택한 정책 4건은 시 관광 앱 '터치수원' 활성화 방안, 터치수원 내 무장애 관광모드 추가, 수원역 유휴공간 및 내부 활성화 방안, 디지털 지도 플랫폼을 통한 전통시장 정보접근성 개선이다.
새빛톡톡 가치는 결국 '도시 변화 여부'로 좌우된다. 같은 맥락에서 새빛톡톡은 이미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시민 제안이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 여러 사례가 근거다.
'스마트 버스정류장 무더위(한파) 쉼터 지정' 및 '지동초등학교 앞 잔여시간표시 신호등 설치' 제안은 올해 8월, 11월 각각 반영돼 운영 중이다.
'전체 44개 동 행정복지센터 프린트 유무 여부 게시' 제안 역시 이미 시 홈페이지(공유수원)에 적용된 상태다.
'디지털 지도 기반 플랫폼을 활용한 전통시장 점포 정보 등록' 제안과 관련해선 시가 행정적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광교호수공원 프른숲도서관 책뜰 예약 방식 개선' 제안도 추첨제를 통한 예약 방식 도입을 검토 중"이라며 "내년 예산 확보 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 홈페이지 벡터기반 인공지능(AI) 검색 엔진 도입' 제안 또한 내년 수원형 AI챗봇서비스 구축 계획 중 구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새빛톡톡 핵심은 기술이 아니다. 시민을 정책 출발점에 두고, 시민 참여를 일상화하는 '적극 행정'이다.
새빛톡톡은 시민 참여를 극대화하는 도구일 뿐, 본질은 시민 문제 인식과 집단 지성을 행정 중심으로 끌어오는 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도시 문제 해답은 시민 생활 속에 있다"며 "새빛톡톡은 시민을 단순한 수요자에서 정책 공동 설계자로 전환시키는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새빛톡톡을 '지방정부가 지향해야 할 지속가능한 시민 참여 모델'로 평가하며 전국적 확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민 박 모 씨(20대)는 "시민 의견이 정책 결정에 반영되는 구조를 가진 도시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행정 신뢰도가 바닥을 기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필수적으로 지녀야 할 자세"라고 전했다.
이어 "지방정부 정책 하나가 시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시민 한 명 한 명의 의견을 수렴하는 건 당연한 절차"라며 "앞으로 새빛톡톡 같은 플랫폼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올바른 행정 문화를 선도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시는 향후 새빛톡톡을 기반으로 시민 시정 참여 범위를 넓히고, 제안 정책화 비율을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새빛톡톡은 수원이 꿈꿔온 행정혁신"이라며 "지방자치를 넘어 참여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場)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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