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비 내리는 문경새재·백두대간 달리는 '묘미'
'문경 레전드 트레일 백두대간 34k' 트레일러닝 완주기
[이상휼의 트레일러닝 비망록]
- 이상휼 기자
(문경=뉴스1) 이상휼 기자 = '2025 문경 레전드 트레일 백두대간'은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트레일러닝 대회였다. 문경새재를 달리는 동안 낙엽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추풍낙엽에 길손들이 연신 휴대전화를 꺼내 셔터를 눌러댔다. 비 소식이 있었지만 달리는 내내 맑았다.
기자는 지난 8일 열린 이 대회 34K 코스에 참여해 완주했다. 새벽에 경기북부에서 문경새재까지 운전해 도착한 뒤 일출 무렵부터 조령산과 주흘산을 내달렸다. 7시간여 걷고 뛰어 완주 후 측정된 거리는 34.2㎞, 누적상승고도는 2268m로 나왔다.
대회 시작 전 심재덕 선수가 마이크를 잡고 참가자들에게 코스 분석과 주의점 등을 설명했다. 이날 심 선수는 자신의 저서 팬사인회도 함께 진행했다. 울트라트레일러닝의 레전드인 심 선수는 50대 중후반인 최근에도 각종 트레일러닝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기량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문경 레전드 트레일은 이화령, 조령산, 신선암봉, 꾸구리바위, 문경새재 2관문, 동화원휴게소, 문경새재 3관문, 주흘산 영봉, 주흘산 주봉을 거쳐 문경새재 1관문까지 내리막을 달리는 코스다.
한강 유역과 낙동강 유역을 가르는 문경새재는 예로부터 영남으로 오가는 관문이었다.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보이는 우뚝 솟은 멋진 산세는 조령산과 주흘산이다.
이화령까지는 아스팔트 업힐 구간이라 참가자들이 멈춤 없이 내달렸다. 이어 만나는 조령산은 낙엽이 쌓인 습하고 좁은 험로 일색이라 주자들이 자주 미끄러졌다. 기자도 미끄러져 데굴 구르다가 팔꿈치를 다쳤다.
조령의 험준함은 일찍이 전란 때마다 중요성이 부각됐다. '징비록'을 쓴 류성룡의 '서애집'에 따르면 임진란이 일자 조정에서 '조령'을 방비하도록 했다. 신립은 조령과 탄금대를 두고 어디에 진을 칠지 고민하는가 싶었지만 '조령'을 추천한 부하장수 김여물과 이종장의 의견을 무시하고 탄금대 앞에 배수진을 쳤다. 적은 보병이고 아군은 기병이라 들판에서 짓밟아쓸어 버리면 된다고 오판한 듯싶다.
그러나 탄금대 일대는 실상은 경작지가 많아 말이 달리기엔 불편했고 조선군은 왜군의 조총 사격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왜군은 조령에 복병이 있을까 두려워 수일간 접근하지 못하고 배회하면서 척후를 수차례 보내기도 했는데 막상 험준한 요새인 문경새재를 거저 얻어버린 꼴이다.
지금도 조령은 험한 산이었다. 개울을 넘기 일쑤였고 큰 바위 암벽등반에 준하는 등반을 요구하는 길이 나오기도 했다.
이따금 주자들 중에서는 험한 길을 주로로 만들었다고 불평불만을 내뱉기도 했다. 트레일러닝이 원래 그러하다. 눈이나 비라도 내리면 더욱 험해지는 것이고 또 그 길을 극복하는 재미로 참여하는 것이다. 마냥 반듯한 길을 달리고 싶으면 트레일이 아니라 로드러닝 대회에만 참여하면 될 일이다.
주흘산 영봉과 주봉에서는 백두대간의 절경이 펼쳐졌다. 주자들은 풍경에 감탄하며 "이걸 보려고 이 대회에 참가했나 보다"고 말했다. 다만 주봉까지 코스안내마킹이 돼 있었음에도 체크포인트가 없다는 이유로 들르지 않는 주자들이 왕왕 있었다. 이 부분은 주최 측의 세부 운영이 아쉬웠다. 대개는 정상부에 인력이 배치돼 휴대 장비로 주자들을 체크한다.
주봉 이후 곧장 내리막이었다. CP는 2개뿐이었으니 휴대용 간식과 물을 적게 준비했다면 초심자는 체력 안배에 탈이 날 수도 있을 코스였다. 하산 길에 약수터가 있어 물을 보급하는 주자들이 줄을 이었다.
주말이라 문경새재 1관문 일대에는 각종 행사와 함께 등산객들이 몰렸다. 주최 측인 '에코라인'은 인파가 몰리는 1관문 바로 앞에서 계측을 종료했다. 계측종료 지점을 지나 관문을 나서자마자 인산인해였다. 이 같은 인파를 사전에 예측한 주최 측의 노련한 운영이 돋보였다.
완주자들에게는 메달과 기념품, 그리고 문경새재 지역에서 쓸 수 있는 1만 원짜리 지역상품권이 지급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할 수 있도록 했다.
기자는 완주 후 급수대에서 물을 마시느라 함께했던 스틱을 잠시 땅바닥에 두었는데 깜빡 잊고 귀가해 버렸다. 녹슬고 기능이 쇠퇴한 Z폴이지만 8년간 수족처럼 동행했던 친구다. 다행히 주최 측에서 찾아주었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에코라인은 '다이나핏 태백 트레일' 등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오고 있으며 내년 1월 17~18일 '2026 코리아 스노우 트레일' 대회를 태백산·함백산·만항재· 운탄고도 일대에서 연다.
daidaloz@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