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세정장비 '스핀 척' 기술 유출…하청 직원 2명 항소심도 유죄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반도체 세정장비의 주요부품 기술 자료를 몰래 빼내 이를 제품으로 제작한 뒤, 경쟁업체에 납품한 제조업 관계자들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 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4형사항소부(부장판사 김희석)는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59)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8400만원 추징 명령을 내렸다.

이와 함께 증거인멸 등 혐의로 기소된 B 씨(46)에 대해서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피고인들의 주장처럼 사실 오인과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A 씨는 2019년 9월 반도체 세정장비의 주요부품 기술인 '스핀 척(Spin Chuck)'을 12개 제작하고 이를 당초 납품하던 피해회사가 아닌, 경쟁업체에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스핀 척은 피해회사 C 사가 2006년 7월~2010년 12월 총 431억원을 들여 개발한 세정장비다. 이는 2010년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발전법에 따라 '첨단기술'로 지정·고시한 C 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반도체 공정 기술인 웨이퍼를 고속으로 회전시켜 세정하는 과정에서 웨이퍼의 역오염을 방지하고 웨이퍼의 고정 패턴이 무너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반도체 기술 중 핵심이다.

C 사는 2015년부터 A 씨의 운영 회사가 납품하도록 하청을 내렸고 A 씨는 C 사의 스핀 척 기술에 대한 기밀유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19년 7월 경쟁업체인 D 사가 "C 사에 납품하는 가격보다 2~3배 대금을 지급하겠다"며 A 씨를 회유했고 그는 하위 직원들에게 스핀 척 12개를 제작할 것을 지시, 완성품을 D 사에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던 중, 2021년 10월27일 D 사가 검찰로부터 관련 의혹에 압수수색 당한 사실을 A 씨가 알게 됐다.

이에 A 씨는 2021년 10월29일 충북 천안시 서북구 소재 자신의 사무실에서 B 씨에게 의심이 될 만한 PC, 휴대전화를 파기할 것을 지시했고 B 씨 또한 하위 직원들에게 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스핀 척 12개를 제작한 다음 D 사에 넘긴 사실이 없다"며 "설령 납품했다 하더라도 스핀 척 '실물'을 줬기 때문에 이는 영업비밀 또는 산업기술 유출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1심 판사는 "2019년 3월에 설립 된 D 사는 C 사의 퇴직자들을 대거 입사시키는 노력도 했고 C 사의 도면 등 기술자료 를 이용해 제작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려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D 사는 2020년 8월 중국에 세정장비를 수출했다. C 사의 세정장비는 고온의 황산 약액을 이용하는 최신 장비인데 이를 단기간에 (D사가)개발 및 양산에 이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스핀 척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첨단기술에 해당한다. 유사 범죄의 유인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엄중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점과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이다"고 판시했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