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서울시건축사회장 "국가인증감리제 반대…부작용 심각"
[인터뷰] "건설현장 안전관리 강화 명목 내세웠지만 특혜로 변질 우려"
- 이상휼 기자
(서울=뉴스1) 이상휼 기자 = 박성준 서울특별시건축사회장은 “최근 정부(국토교통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국가인증 감리제도’는 감리 분야 전문가인 건축사들과 협의가 전혀 안된 일방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박 회장과 서울시건축사회에 따르면 ‘국가인증감리제’는 갑작스럽게 돌출된 제도로 이를 접한 건축사 사회는 크게 당황한 상태라고 한다. 감리는 건축사들의 주요 업무임에도 새로운 제도 협의 과정에 건축사들이 철저히 배제됐다는 지적이다.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박 회장은 “국가인증 감리제의 내용이 너무 뜻밖이고 황당하다. 국토부는 민-관 합동 TF를 통해 오랫동안 논의된 결과라 주장하는데 실은 건축사들과 협의가 전혀 안 됐으며, 논의 자체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건축사협회가 전혀 관여하지 않은 문제를 국토부가 보도자료에 협의된 것처럼 발표한 것은 민관 상생 정신에 어긋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건축사는 설계와 감리를 주 업무로 하기 위해 5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3년의 실무 수련을 통해 국토교통부에서 주최하는 건축사시험을 거쳐 자격을 취득한 국가공인 자격자다”며 “그러나 국토부가 추진하는 감리제도 개선 방향은 현행 건축사제도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으며, 150명이라는 한정된 자격자에게 감리시장 선점의 특혜를 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업역 간 갈등과 자격대여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과 서울시건축사회는 4가지 사안을 들어 국토부가 추진하는 ‘국가인증 감리제’ 도입을 비판했다. △첫째, 건축감리시장을 선점하는 새로운 특권 계층 생성 우려 △둘째, 선발기준이 객관적이지 않아 공정성에 문제가 발생 △셋째, 국가인증감리제는 현재의 감리제도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핵심은 LH사고 원인의 왜곡된 진단에서 나온 잘못된 처방이라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3년 일어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사고를 기화로 ‘안전’에 대한 후속조치 차원에서 건설현장과 감리제에 대한 검토와 논의가 시작됐다고 한다. 안전 강화에 대한 취지는 좋지만 갑자기 불거진 ‘국가인증감리제’는 취지와 정반대로 진행돼 현장과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고 박 회장은 경고했다.
다음은 최근 서울특별시건축사회 회장실 대면으로 진행된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국가인증 감리제 관련 선발기준에 어떤 문제점이 보이나?
▶건설분야에는 분야별 기술사 및 건설기술인의 자격등급을 분류하고 적용하는 제도가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체계를 무시한 감리원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려 한다.
건설사업관리용역 참여기술인 종합평가점수 90점이 국토부가 내세운 선발기준이다. 기존에도 종합평가 배점기준 및 경력산정이 특정계층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점수 90점에 도달할 수 있는 기술인은 극소수인 종합평가점수제도를 근간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꿀수도 있는 제도로 새롭게 시행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욱더 심각한 문제로는 선발방식이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 방식은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특히 전관예우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
―전관예우는 어떤 집단을 지칭하는가?
▶건설 관련 공기업 및 정부의 퇴직 관료이다. 재작년 검단 아파트 붕괴사고 건도 깊이 들여다보면 공기업 및 정부 전관들이 대거 포진한 업체들이 참여했던 것으로 나온다. 전관들이 맡았던 공사에서 대형사고가 났는데 '새롭게 시행한다'면 결국 다시 전관에게 특혜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건설현장 안전문제와 처벌이 강화되면서 국토부가 다시 국가인증감리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이는데 깊숙하게 분석해보면 오히려 전관을 거느린 몇몇 대형사업단에게 특혜를 주는 상황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감리제도는 어떠하고 문제점이 있다면 보완할 점은?
▶우선 건설안전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사고 후 2년이 지난 지금 정부가 발표한 정책이 감리제도에 국한된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감리제도는 건설제도와 함께 개선돼야 한다. 결국 건설현장 관리 책임은 시공사에 있는데, 시공자의 자격 및 배치 인력 확충이 없는 감리강화는 의미가 없다.
또한 감리제도의 일원화가 시급하다. 건축 선진국인 일본 등에서는 감리를 건축사 고유 권한으로 규정한다. 우리나라만 건축법에 있는 건축감리를 건설산업기본법과 건설기술진흥법에서 2중 3중으로 다룬다. 감리에 대한 정의도 상이하다. 이를 통합해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부는 건축물의 안전과 건설현장의 안전에 대해 구분해야 한다. 건축감리는 건축물에 대한 품질, 검측 및 적법성 유지에 대한 전문가다. 건설현장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감리의 업무와 책임이 너무 많아지므로, 실질적으로 현장의 안전강화를 위해서는 시공사에 안전관리자 배치를 의무화했듯이 ‘안전감리제도’를 분리해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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