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개월 아기' 대피시키고 엄마 '추락사'…이웃이 바퀴벌레 잡다 '실화'

옆 건물 창문으로 아기 건네 대피시켜…자신은 탈출 중 사망
'2층 세대 주민' 형사 입건…"라이터·파스로 불 뿜어 벌레 잡으려다"

화재 현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20/뉴스1

(오산=뉴스1) 김기현 기자 = 라이터를 켠 채 파스 스프레이를 뿌리는 방식으로 이웃이 바퀴벌레를 잡다 낸 불로 30대 여성 중국인이 사망했다. 이 여성은 생후 2개월 아기를 구출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오산시 궐동 5층짜리 상가주택 꼭대기층 세대 거주자인 중국 국적 30대 여성 A 씨는 이날 오전 5시 35분께 2층 세대에서 불이 난 사실을 확인하고 생후 2개월 아기부터 챙겼다.

이어 남편과 함께 아기를 꼭 품은 채 창문을 열어 큰 소리로 구조를 요청했고, 바로 옆 건물 같은 층 세대 주민은 A 씨 부부로부터 아기를 건네받는 방식으로 대피를 도왔다. 해당 상가주택과 바로 옆 건물은 거리가 1m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깝다고 한다.

이어 A 씨 남편 역시 바로 옆 건물 같은 층 세대 창문으로 건너가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A 씨는 남편을 따라 대피하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돌연 10여m 아래 1층 바닥으로 추락했다.

특히 그는 추락 과정에서 에어컨 실외기에 부딪히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러 차례 충격으로 크게 다친 A 씨는 의식 장애 상태로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전 10시 40분께 끝내 숨을 거뒀다.

A 씨는 약 2개월 전 출산 후 일을 나가지 않고 집에 머무르며 건강을 회복하는 동시에 아기를 돌봐 왔다. 마찬가지로 중국 국적인 A 씨 남편은 집 근처 식당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 부부가 생후 2개월 아기에게 화재에 따른 유독가스가 치명적이라는 점, 이미 건물 내부에 검은 연기가 가득찬 점 등을 고려해 계단이 아닌, 창문을 통해 대피를 시도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 현장.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20/뉴스1

불은 2층 세대 거주자인 20대 여성 B 씨가 바퀴벌레를 잡기 위해 라이터를 켠 채 파스 스프레이를 뿌리다 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본 방법으로 바퀴벌레를 잡으려 했다. 전에도 같은 방식으로 벌레를 잡았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다수 인명 피해를 우려해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에 나서 40여 분 만인 오전 6시 20분 불을 완전히 껐다. 대응 1단계는 주변 4곳 이하 소방서에서 인력·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이다. 화재 규모에 따라 대응 2~3단계로 확대된다.

이 불로 A 씨 외에도 다른 주민 8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부상을 입었고, 14명이 스스로 대피했다. 연면적이 940㎡인 이 상가주택에는 층별로 지상 1층 음식점, 2~5층 주택(32세대)이 각각 들어서 있다.

당시 A 씨는 술을 마셨거나 약물을 복용한 상태는 아니었다. 정신질환 역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를 중실화 및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입건해 조사 중이며, 이날 중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