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서 "살려주세요" 전화 후 연락 뚝…상당수 취업사기 '덫'

"고수익" 브로커에 속아 출국, 캄보디아 연계 국내 조직 수사
납치·감금, 목숨 잃거나 수천만원 가상화폐 보내 풀려나기도

지난11일 캄보디아 AKP통신에 따르면 전날 캄보디아 깜폿지방검찰청이 살인과 사기 혐의로 A씨 등 30~40대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8월 깜폿주 보꼬산 인근에서 20대 한국인 대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KP통신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2025.10.13/뉴스1

(전국=뉴스1) 배수아 강정태 신준수 한귀섭 이성덕 김종서 이수민 오미란 신성훈 기자 = 캄보디아에서 범죄조직에 납치, 고문당해 20대 한국인 대학생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현지에서 납치·감금 등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가 전국서 잇따르고 있다. 상당수는 고수익을 미끼로 한 취업사기의 덫에 걸린 정황이 드러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캄보디아 내 취업사기로 현지 공관에 구조를 요청한 한국인은 지난해 220명에서 올해 3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한국 수사당국 관계자들을 급파해 캄보디아 당국과 수사 공조를 하면서 우리 국민의 구출 상황을 점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경찰은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과 연결된 브로커 등 점조직 형태 국내 조직을 파악하고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접수된 신고들과 관련해선 피해 실태 전수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경남 지역에서 접수된 두 건의 피해 신고는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취업사기로 드러났다. 지난 7월, 20대 남녀 2명이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에 속아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현지에서 범죄 조직원들에게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긴 채 감금됐다. 범죄 조직은 피해 가족들에게 요구한 몸값 1600만 원을 가상화폐로 전달받은 뒤 이들을 풀어줬다. 두 사람은 풀려나 지난 8월 4일 귀국해 같은 달 13일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이어 지난 7월 20대 남성이 "캄보디아 카지노에서 일주일간 근무하면 350만 원을 주겠다"는 브로커의 말에 속아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감금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남성은 여권과 휴대전화 등을 뺏겼다가 자력으로 탈출한 뒤 지난 7월 20일 국내에 귀국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이 전날 밝힌 캄보디아 관련 신고는 이달 들어서만 총 4건이다. "가족이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감금됐다가 도망쳐 나왔다"거나 "아들이 캄보디아에서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감금된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신고다. 4건 가운데 김포에서 들어온 신고 1건은 외교부로부터 소재가 파악돼 사건이 종결됐고 나머지 화성, 성남, 평택 등 3건은 아직 실종자들의 안전을 확인 중인 상태다.

광주 지역에서는 20대 남성 3명이 캄보디아에서 연락이 두절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광산구에 거주하며 일용직으로 일하던 A 씨는 지난 6월 26일 가족에게 "돈을 벌어 오겠다"고 말한 뒤 태국으로 출국했지만, 지난 8월 10일 가족과 마지막 통화를 한 뒤 연락이 끊겼다. 당시 그는 "살려주세요"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의 휴대전화는 같은 날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마지막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 지역의 경우 올해 접수된 피해 신고는 총 6건이다. 지난 8월 "캄보디아에 일을 하러 간 자녀가 연락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경찰 신고가 접수됐다. "한국에 들어가려면 500만 원을 보내줘야 한다"는 자녀의 연락을 받고 부모가 돈을 송금했는데, 경찰이 외교부 협조 요청을 통해 자녀의 소재를 파악하는 사이 자녀는 부모와 연락이 닿아 8월 말 귀국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캄보디아 한국인 감금 피해 및 사망 사건 관련 질의하고 있다. 2025.10.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강원도 내 캄보디아 관련 실종 신고 접수는 총 4건이다. 지역 별로는 춘천 50대, 영월·원주·동해 20대 등이다. 원주와 동해에 접수된 실종 신고는 가족과 연락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원주에서 "캄보디아로 돈을 벌러 간 오빠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B 씨(20대)는 인천공항에서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이후 지난 9월 17일 가족이 B 씨의 지인을 통해 B 씨의 신변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다 최근 캄보디아 실종 사례가 이어지면서 가족들은 B 씨와 연락이 다시 닿지 않았고 현재는 연락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찰청은 총 3명의 실종자 접수를 받은 상태다. 이들 3명 모두 "캄보디아에 출국한 후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외교부에 소재 확인을 협조한 상황이고 납치 및 금품을 요구하는 정황은 없는 상태"라며 "3명 모두 20~30대로 나이가 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대전경찰청의 캄보디아 실종 관련 신고는 총 6건이다. 이 가운데 1건을 제외한 5명은 안전이 확인됐다. 아직 소재 파악이 안 된 30대 C 씨는 지난 2월 사업을 하기 위해 베트남에서 캄보디아로 이동한다는 등 내용의 SNS 메시지를 지인에게 남겼다. C 씨 가족은 최근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돼 지난주 경기 시흥경찰서에 신고, 대전경찰청이 넘겨받아 소재 확인 중이다.

제주에서도 20대 청년 3명이 캄보디아에서 감금·협박 피해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7월 9일 제주서부경찰서에 "20대가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납치됐다"는 내용의 한 가족의 신고가 접수됐다가 한 달 뒤 스스로 귀국했다. 해당 20대는 가족이 350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보내면서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캄보디아에선 경북 예천 출신의 대학생 박모 씨(22)가 현지에서 납치·감금돼 지난 8월 고문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박 씨는 지난 7월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변을 당했는데, 같은 대학 선배의 소개를 받아 출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북경찰청은 박 씨 사건과 관련한 대포통장 모집책을 지난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한 가운데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과 연결된 점조직 형태 국내 조직에 대한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박 씨를 모집한 조직과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의 관련 정황을 확인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