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서 실종, 감금, 돈 보내라"…전국 피해 신고 잇따라(종합2보)

"고수익 아르바이트" 브로커 말에 속아 출국
가족이 수천만원 가상화폐 주고 풀려나기도

지난11일 캄보디아 AKP통신에 따르면 전날 캄보디아 깜폿지방검찰청이 살인과 사기 혐의로 A씨 등 30에서 40대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8월 깜폿주 보꼬산 인근에서 20대 한국인 대학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KP통신 홈페이지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2025.10.13/뉴스1

(전국=뉴스1) 배수아 강정태 신준수 한귀섭 이성덕 김종서 이수민 오미란 신성훈 기자 = 캄보디아에서 현지 범죄조직에 의해 고문당해 숨진 20대 한국인 대학생의 시신이 2개월째 현지에 방치된 채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캄보디아에서 실종되거나 감금됐다는 피해 신고가 전국적으로 잇따르고 있다.

13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경기지역 캄보디아 관련 신고는 이달 들어서만 총 4건이다. "가족이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감금됐다가 도망쳐 나왔다"거나 "아들이 캄보디아에서 휴대전화를 빼앗기고 감금된 것으로 보인다"는 등의 신고다. 4건 가운데 김포에서 들어온 신고 1건은 외교부로부터 소재가 파악돼 사건을 종결했고 나머지 화성, 성남, 평택 등 3건은 아직 실종자들의 안전을 확인 중인 상태다.

경남에선 두 건의 실종 신고가 들어왔다. 지난 7월 26일 20대 남녀 2명이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다"는 브로커의 말에 속아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현지에서 범죄 조직원들에게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긴 채 감금됐다. 범죄 조직은 피해 가족들에게 요구한 몸값 1600만 원을 가상화폐로 전달받은 뒤 이들을 풀어줬다. 두 사람은 풀려나 지난 8월 4일 귀국해 같은 달 13일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지난 7월 17일에도 20대 남성이 "캄보디아 카지노에서 일주일간 근무하면 350만 원을 주겠다"는 브로커의 말에 속아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감금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남성은 여권과 휴대전화 등을 뺏겼다가 자력으로 탈출한 뒤 지난 7월 20일 국내에 귀국해 경찰에 신고했다.

전북 지역의 경우 올해 도내에서 접수된 캄보디아 체류 한국인 관련 범죄 연루 신고는 총 6건으로, 모두 범죄 정황이 없고 관련자들의 신변도 확인돼 종결처리 됐다.

지난 8월 경찰에 "캄보디아에 일을 하러 간 A 씨가 연락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A 씨의 부모로 "한국에 들어가려면 500만 원을 보내줘야 한다"는 A 씨의 연락을 받고 돈을 송금했는데, 경찰이 외교부에 협조 요청을 통해 A 씨의 소재를 파악하는 사이 그의 부모와 A 씨의 연락이 닿아 8월 말 귀국했다.

또 지난 3월에는 "누나(20대)가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연루된 것 같다"는 내용의 신고가 남동생으로부터 접수됐다. 누나에게 손가락을 다쳐 붕대를 감고 있는 사진을 받은 남동생은 경찰에 즉시 신고했고 경찰은 대사관에 협조 요청을 보내 누나의 소재를 파악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범죄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20대 남성 3명이 캄보디아에서 연락이 두절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며 일용직으로 일하던 B 씨(20)는 지난 6월 26일 가족에게 "돈을 벌어 오겠다"고 말한 뒤 태국으로 출국했지만 지난 8월 10일 가족과 마지막 통화를 한 뒤 연락이 끊겼다. 당시 그는 "살려주세요"라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의 휴대전화는 같은 날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마지막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월 한국인 대학생이 캄보디아에서 고문당한 뒤 숨진 사건을 수사한 현지 검찰이 중국인 3명을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1일(현지시간) 캄보디아 국영 AKP 통신에 따르면 전날 캄보디아 깜폿지방검찰청은 살인과 사기 혐의로 중국인 3명을 구속기소 했다. 캄보디아 깜폿지방검찰청 대변인 명의 발표문. (AKP 통신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13/뉴스1

강원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캄보디아 관련 실종신고 접수는 총 4건이다. 지역 별로는 춘천 50대, 영월·원주·동해 20대 등이다. 다만 원주와 동해에 접수된 실종 신고는 가족과 연락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10일 원주에서 "캄보디아로 돈을 벌러 간 오빠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가 접수했다. 앞서 이틀 전 C 씨(20대)는 인천공항에서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이후 지난 9월 17일 가족이 C 씨의 지인을 통해 C 씨의 신변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실종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가족들은 C 씨와 연락이 닿지 않다가 이날 정오쯤 C 씨와 연락이 닿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구에서 실종 신고된 30대 남성은 캄보디아로 출국한 것으로 파악돼 대구 경찰이 외교부에 공조를 요청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에는 해당 사건을 포함해 총 3명의 실종자 접수를 받은 상태다.

대전경찰청도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체류 중 실종 관련 신고가 총 6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 가운데 1건을 제외한 5명은 안전이 확인된 상태다.

대전경찰에 실종 신고된 30대 D 씨는 지난 2월 사업을 하기 위해 베트남에서 캄보디아로 이동한다는 등 내용의 SNS 메시지를 지인에게 남겼다. D 씨 가족은 최근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돼 지난주 경기 시흥경찰서에 신고, 대전경찰청이 넘겨받아 소재를 확인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20대 청년 3명이 캄보디아에서 감금·협박 피해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9일 제주서부경찰서에 "20대가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납치됐다"는 내용의 한 가족의 신고가 접수됐다가 한 달 뒤 스스로 귀국했다. 해당 20대는 가족이 350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보내면서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캄보디아에선 경북 예천 출신의 대학생 박모 씨(22)가 현지에서 납치·감금돼 지난 8월 고문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박 씨는 지난 7월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했다가 변을 당했는데, 같은 대학 선배 E 씨의 소개를 받아 출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북경찰청은 대포통장 모집책인 E 씨를 지난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한 가운데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과 연결된 점조직 형태 국내 조직에 대한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박 씨를 모집한 조직과 캄보디아 현지 범죄조직의 관련 정황을 확인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