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돌아갈 비행기 표 사려고" 빈 음식점 턴 외국인, 10분 만 검거

범행 중 업주 마주쳐 도주…우연히 도움 요청 받은 경찰, 즉시 추적

A 씨 범행 장면.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1/뉴스1

(안산=뉴스1) 김기현 기자 = "고향에 돌아갈 비행기 표 사려고…"

지난달 10일 오전 9시 10분께 경기 안산시 단원구 한 고깃집에 카자흐스탄 국적 20대 남성 A 씨가 잠기지 않은 창문을 통해 몰래 침입했다.

이어 금고에서 현금 42만 원을 꺼내 주머니에 넣고, 6~7만 원이 든 불우이웃돕기 성금함까지 집어 든 순간 업주 B 씨를 마주쳤다.

A 씨는 "너 뭐야"라고 소리치는 B 씨 말에 놀라 현금과 불우이웃돕기 성금함을 들고 그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B 씨는 곧바로 추격에 나섰으나 골목 사이사이를 누비며 빠르게 도주하는 A 씨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B 씨가 순찰차를 타고 A 씨를 함께 추격하는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1/뉴스1

바로 그때, 112 신고를 처리하고 파출소로 복귀하던 안산단원경찰서 원곡파출소 소속 안아람 경사와 박광민 경장이 탄 순찰차를 마주했다.

B 씨는 순찰차를 향해 다급하게 손을 흔들며 "도둑이 들었다! 제발 도둑 좀 잡아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안 경사와 박 경장은 B 씨를 순찰차에 태우고 수색하던 중 A 씨가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완충녹지로 도망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곧장 순찰차에서 내린 안 경사는 A 씨를 500m가량 뒤쫓으며 무전으로 박 경장에게 도주 경로를 실시간 공유했다.

박 경장은 동시에 안 경사가 공유한 위치로 순찰차를 빠르게 몰아 A 씨가 완충녹지를 벗어나려는 순간 도주 경로를 차단했다.

안 경사와 박 경사가 몬 순찰차에 의해 앞뒤로 포위된 A 씨는 결국 10분 만인 9시 20분께 현행범 체포됐다.

A 씨 검거 현장.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1/뉴스1

그는 경찰 조사에서 "고향인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갈 비행기 표를 사기 위해 절도 행각을 벌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A 씨는 지난해 취업 목적으로 국내로 들어와 공사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생활해 오다 최근 일거리를 구하지 못해 목욕탕 등지를 전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산단원서는 절도 혐의로 A 씨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경찰은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도 했지만, 법원은 기각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피의자가 초범이고,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며 "피해액이 경미하다"고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기남부청은 경찰 활동을 알리고 시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3월부터 다양한 현장 사례를 콘텐츠로 제작·공유하는 '나는 경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빈집 털이에 관한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13번째 사례로 선정하고, 관련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게시했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 원곡파출소 소속 안아람 경사(왼쪽)와 박광민 경장.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0.1/뉴스1

kk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