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사망' 아리셀 대표 박순관 법정구속…부자 모두 징역 15년(종합)

2022년 중처법 시행 이후 최고 형량 선고
2월 보석돼 불구속 재판 받는 박순관 법정 구속

아리셀 모회사 '에코넥스'의 박순관 대표가 25일 오후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공식 사과문 발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6.2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지난해 23명이 사망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로 재판에 넘겨진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와 그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에게 법원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사고 발생 이후 1년 3개월여 만으로,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고 형량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지난 2022년부터 시행됐다. 중처법을 위반한 사업주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법 시행 후 1심에서 최대 형량은 징역 2년으로 알려졌다.

수원지법 제14형사부(부장판사 고권홍)는 23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 등의 선고 재판을 열고 박 대표에겐 징역 15년을, 박 총괄본부장에겐 징역 15년과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2월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던 박 대표는 이날 법정 구속됐다.

공동 피고인인 아리셀 직원들에게는 무죄~징역 2년이 선고됐다. 이와 함께 아리셀 법인에는 벌금 8억 원, 한신다이아에 벌금 3000만 원, 메이셀에 벌금 3000만 원, 강산산업건설에 벌금 1000만 원이 각각 선고됐다.

지난 결심 재판에서 검찰은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최악의 사고"라면서 박 대표에게 징역 20년, 그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에겐 징역 15년을 구형한 바 있다.

법원 "박순관, 명목상 대표 아닌 실질적인 총괄 책임자"

법정에서 줄곧 박 대표는 자신이 중처법상 경영책임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박 본부장의 사업상 권한을 위임받은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중처법상 '실질적'으로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사람은 박 대표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경영책임자를 제3자에게 돌린다는 것은 입법취지에 반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리셀의 일상적인 업무는 박중언이 한 것으로 보이나 여러 증거에 따르면 박순관은 박중언에게 실질적인 보고를 받는 지위에 있었다"고 했다. 이어 "박순관이 박중언으로부터 매번 중요 업무보고를 받고 특정한 사항에 대해 지시를 내린 것은 명목상 대표 이사가 아닌 실질적인 사업 총괄 책임자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또 양형과 관련해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결과는 어떠한 것으로도 회복될 수 없다"면서 "해당 화재 사고로 23명이 사망했고 사건이 매우 중해 이에 상응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전지를 문 뒤에 두고 막다른 곳에서 작업하는 근로자들의 모습은 참으로 위험하게 느껴진다"며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예고된 일이었다. 이는 일용직, 파견직 등 우리 노동 현장의 실태가 드리워져 있는 사고"라면서 경영자들의 약한 안전의식을 지적했다.

재판장이 양형 이유를 설명하자, 방청석에 있던 유족들 사이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박순관 부자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24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전지 제조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이 사고로 공장 내부 관계자 20여명이 공장 2층에서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10명은 소재 파악이 안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연기가 치솟는 공장 건물. (독자제공)2024.6.24/뉴스1

박 대표는 1심 내내 자신은 아리셀의 실제 대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지난 결심 공판에서도 "사건의 책임이 저의 아들에게 전가되는 건 아비로서 참혹하지만 진실을 밝혀야 하기에 사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최후진술을 마쳤다. 박 총괄본부장은 "2020년 5월 별도 법인으로 아리셀을 설립하면서 제가 본격적으로 회사를 경영했다"면서 "돌아가신 분들께 사죄하며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고 했다.

유족 "최고 형량이라지만, 1명당 1년도 안 된다"

이날 재판 후 유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2심과 3심까지 끝까지 다투겠다며 양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유족은 "중처법 이후 최고 형량이라고 하지만 속된 말로 한 명당 1년도 안 된다. 이게 뭐냐. 저희들은 다 무너졌는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박순관은 얼굴 감싸 안고 괴로워한다"고 울부짖었다.

유족들의 법률지원을 맡은 신하나 변호사는 "이번 재판에서 주목할 점은 피해자와의 합의가 양형 요소로 크게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라면서 "재판부는 자본가들이 막대한 자본을 갖고 피해자들과 합의했을 때 재판에서 선처받는 연쇄 고리가 산업재해를 줄어들지 않게 한다며 이 부분을 지적하면서 중형을 선고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중한 형량을 내려도 23명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이 사고를 반성하고 책임자들에게 충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판시 내용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곱씹어봐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아리셀 공장 3동 내 2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작업 중이던 23명(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다.

박 대표는 이 화재와 관련해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를 받아왔으며, 같은 해 9월 구속기소 됐다. 그러다 박 대표는 올 2월 보석으로 석방돼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다가 이날 법정구속됐다. 그의 아들 박 본부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23명이 사망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로 재판에 넘겨진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에게 법원이 '징역 15년'을 선고한 23일 오후 경기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대책위 관계자들이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9.2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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