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 등반 중 추락 골절상…"로프 잡던 대장이 1.3억 배상해야"

"사고 본인 책임 동의했어도 등반대장 과실 책임 면제로 해석은 무리"

수원법원종합청사. 2019.5.24/뉴스1 ⓒ News1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암벽 등반을 하던 중 추락해 골절 상해를 입은 사람에게 아래쪽에서 로프를 잡고 도와주는 역할을 하던 '빌레이어'가 1억 3000여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제15단독 유주현 판사는 원고 A 씨가 피고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판결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유 판사는 '피고는 원고에게 1억 3000여만 원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A 씨는 지난 2021년 3월 13일 같은 산악회 회원과 암벽 등반을 하기 위해 불암산을 방문했다가, 산악회 등반대장 B 씨를 만나 난도가 높은 코스에서 등반을 하게 됐다.

당시 B 씨는 A 씨의 빌레이어(로프 조작 기술을 이용해 등반하는 사람의 등산을 돕고 추락에 대비하는 사람) 역할을 했는데, A 씨는 같은날 오후 4시50분쯤 암벽 하강을 하던 중 약 7m 높이에서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이에 A 씨는 B 씨의 잘못된 지시 내지 과실로 해당 사고가 발생했다며 치료비와 위자료 등 2억 200여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정에서 B 씨는 "A 씨는 산악회 가입 당시 등반 중 일어나는 모든 사항을 스스로 책임지고 함께 등반한 모든 사람에게 민형사상의 어떠한 책임도 없다는 내용에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B 씨의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B 씨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유 판사는 "산악회 동의서가 등반대장 등의 과실에 따른 모든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사건 등반은 산악회의 정식적인 교육 내지 등반도 아니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산악회에서 기초 교육만 수료했던 자로 당시 등반대장인 B 씨의 지시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유 판사는 사건 산악회의 암벽 등반 동의서에 따르더라도 '산악 회원들은 등반대장의 지시에 따르고 팀을 벗어나 개인행동을 일절 하지 않는다'는 규정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또 A 씨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B 씨가 A 씨에게 '앞자를 빼라'는 지시를 해 A 씨가 암장 바닥으로 추락하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sualuv@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