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5명 잠에 빠뜨리고 살해…범인은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버지
[사건의재구성] "아파트 분양 사기 고소로 채무 부담" 이유
졸피뎀 구입 후 요플레 등에 섞어 범행…法 '무기징역' 선고
- 유재규 기자
(용인=뉴스1) 유재규 기자 = "가족을 죽이고 나도 죽겠다."
2025년 4월 14~15일 일가족 5명이 한순간 한 남성에 의해 모두 살해됐다. 용의자는 아들이자, 남편이자, 아버지인 50대 남성 이 모 씨다.
이 씨의 살인 동기는 아파트 분양사업 관련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해 수많은 빚을 떠안게 됐고 이를 남겨진 가족이 부담하게 될 것을 우려했다는 이유다.
그러나 우려했다는 이유와 달리 너무나도 치밀했던 그의 범행 계획.
불면증 진단을 받은 이 씨는 향정신성의약품을 구입하기 위해 지난 1월23일 광주광역시 소재 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졸피뎀 성분 약 10정과 로라제팜 성분 약 10정을 처방을 받았다.
또 졸피뎀, 로라제팜 성분의 약을 2월 4일에 각 14정(총 28정), 3월 27일에 각 15정(총 30정)을 처방받아 보관하고 있었다.
이 씨는 처방받은 약을 가루로 만들기 위해 3월31일 분쇄기를 구입하고 4월9일 보관했던 졸피뎀, 로라제팜 등 25정을 섞어 가루로 만들었다. 이후 4월 13~14일 가루를 넣을 요구르트와 요플레를 구입, 이를 제조했다.
범행은 4월14일 오후 8시~15일 0시 사이에 벌어졌다. 이 씨는 경기 용인시 수지구 소재 자신의 아파트에서 약이 섞인 요구르트와 요플레를 일가족 5명에게 차례대로 먹인 후 잠들게 했다. 당시 오후 8시 이후로 추정된다.
본격적인 범행 시각은 14일 오후 9시 30분~15일 0시로 좁혀진다. 그는 약에 취해 잠든 80대 부모, 50대 부인, 10~20대 두 딸의 방에 들어가 목을 양손으로 졸라 살해했다.
이 씨는 광주시에 위치한 자신의 빌라로 승용차를 이용해 도주하면서 다른 가족에게 "가족을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15일 오전 9시55분께 이 씨 주거지에서 숨진 피해자들을 발견했고 경찰은 이 씨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10분께 광주시 동구 소재 빌라에서 그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이 씨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는 범행 동기를 "아파트 분양과 관련한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계약자들로부터 사기 분양으로 고소당했다"고 진술하며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주택건설업체 대표이사로 있었던 이 씨는 광주시 일대 민간임대아파트 신축 및 분양 사업을 진행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관할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사전 입주자를 모집하는 등 무리한 사업 진행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지난 3월24일 압수수색을 당하게 되는 등 이 씨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계약자들이 인지했고 이때부터 이 씨에 대한 다수 민사소송 및 형사고소 사건이 접수됐다.
이 사건으로 수십억 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게 됐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향후 자신으로 인해 가족이 힘들게 살 것이라는 생각에 살인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존속살해 및 살인,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 씨는 지난 28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장석준)는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하고 자유를 박탈해 남은 여생을 평생 참회하면서 사는 게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이 씨에 대해 결심공판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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