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빛이 기분 나빠" 불 지른 50대…경찰관이 주민 살렸다
- 김기현 기자

(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신호 대기 중 하늘에서 벽돌이 날아와 차량이 부서졌어요."
지난 5월 20일 새벽 4시 45분께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 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접수된 112 신고 내용이다.
즉시 현장으로 출동한 수원남부경찰서 산남지구대 소속 정지훈 경사는 신고자를 만나 진술을 청취하던 중 또다시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됐다.
인근 아파트에서 벽돌이 날아온 것 같아 가 보니 재떨이 위에 놓인 빗자루에 불이 붙어 있었고, 이상한 사람이 얼굴을 가리고 도망갔다는 것이다.
정 경사는 곧바로 해당 아파트 단지로 뛰어 올라가 1층 세대에 불이 붙은 사실을 확인하고 112상황실에 지원을, 경비실에 주민 대피 방송을 각각 요청했다.
이어 인근 주민들에게 "소화기 좀 가져다 달라"고 소리쳐 건네받은 소화기 3대로 자체 진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번지는 화마를 제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규모 인명 피해를 우려한 정 경사는 결국 소방 당국이 도착하기 전까지 연기로 가득 찬 아파트 복도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각 세대 문을 두드려 화재 발생 사실을 알렸다.
덕분에 주민 65명은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아파트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 수사에 나서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A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12시 22분 주거지에 있던 그를 현주건조물방화치상 및 재물손괴 혐의로 긴급 체포해 조사한 후 같은 달 23일 구속 송치했다.
A 씨는 당일 새벽 시간대 술에 취해 아파트 흡연장에서 도로변 쪽으로 벽돌을 던지는 등 소란을 피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층 세대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쳐다보자 눈빛이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불을 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 씨 범행으로 차량 2대가 벽돌에 의해 천장 철판이 찢어지거나 차체가 찌그러지는 등 재산 피해가 났다.
또 해당 아파트 주민 4명이 연기를 흡입하고, 1명이 1층 베란다에서 지상으로 뛰어내리다 왼쪽 발등에 골절상을 입는 등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정 경사는 "독한 연기를 마시고 잠시 비틀거리다 쓰러질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었으나 큰 피해 없이 사건이 해결돼 다행"이라며 "앞으로도 업무를 익히며 제게 주어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남부경찰청은 경찰 활동을 알리고 시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다양한 현장 사례를 콘텐츠로 제작·공유하는 '나는 경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공동체 신뢰를 저해하는 3대 기초질서(교통·생활·서민경제) 미준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해당 사건을 11번째 사례로 선정하고 관련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했다고 전했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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