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명 사망 아리셀 화재' 박순관 대표에 징역 20년 구형(종합)
유가족 "죽어서 말 못한다고 책임 전가해…엄하게 처벌" 호소
박중언 총괄본부장 재판 중 졸아 '눈총'
- 배수아 기자
(수원=뉴스1) 배수아 기자 = 검찰이 지난해 23명이 사망한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로 재판에 넘겨진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수원지법 제14형사부(부장판사 고권홍)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 등의 변론을 23일 종결했다.
검찰은 박 대표에게 징역 20년, 그의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에겐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또 공동 피고인인 아리셀 직원들에게 벌금 1000만 원~징역 3년을 구형했다.
이와 함께 아리셀 법인에는 벌금 8억 원, 한신다이아에 벌금 3000만 원, 메이셀에 벌금 3000만 원, 강산산업건설에 벌금 1000만 원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이윤 추구에 혈안된 전지 제조업체가 불량 전지를 납품하고 최소한의 안전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 23명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은 중대 범죄로 규정했다.
검찰은 최종 양형 의견을 설명하면서 "피해자들은 생업에 최선을 다하던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었다"면서 "특히 한국에 입국한지 몇 달 안 된 노동자 다수가 한국에 왔다가 생을 마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를 향해 "생명을 경시하고 위험을 외주화한 이 사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한 법을 준수하고 사업자들에게 경각심을 갖도록 엄한 벌을 내려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검찰 구형에 앞서 아리셀 측과 합의하지 않은 다섯 가족의 대표 4명은 법정에서 발언 기회가 주어졌다.
아리셀 참사로 숨진 김 모씨의 배우자라고 밝힌 A 씨는 "1년동안 제대로 된 사과 한 마디 듣겠다고 여기까지 왔다"고 운을 띄우면서 "박 대표측은 관리직으로 있던 저희 남편이 폭발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A 씨는 "죽었다고, 말 못한다고 책임 전가하는 거 아니다"면서 "남편에게 보이지 않는 명예가 있다. 아리셀은 남편을 죽이는 것도 모자라 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한다고 한다"고 오열했다.
이어 "인간이라면 지켜야할 선을 너무 많이 넘었다"며 "이제는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말하지 않겠다. 내가 죽는 순간까지 당신 부자를 내 가슴 한 가운데 묻고 끝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유족들이 재판부를 향해 이들 부자의 엄한 판결을 호소하는 동안 갈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선 박 총괄본부장은 꾸벅꾸벅 졸아 유족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박 대표는 눈을 지긋이 감은채 이들의 발언을 들었다.
박 대표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검찰은 아리셀이 근로자의 생명보다 이윤을 극대화 했다고 하지만, 아리셀 파견 근로자의 임금과 아리셀 정규직 생신직 노동자의 임금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이 주장하는 위험의 외주화는 비용 절감을 위해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지만 과연 아리셀이 이를 위해 파견 근로자를 사용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화재는 이례적인 사고로 그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고 연쇄 폭발한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사건에 특수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제 변명으로 사건의 책임이 저의 아들에게 전가되는 건 아비로서 참혹하지만 진실을 밝혀야 하기에 사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최후진술을 마쳤다.
박 총괄본부장은 "아리셀을 경영한 사람으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2020년 5월 별도 법인으로 아리셀을 설립하면서 제가 본격적으로 회사를 경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지 품질에서도 나름 자부심이 상당했으나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며 "사고 당일 셋째 출산예정일을 하루 앞둔 배우자를 돌보던 중 사고 소식을 전화와 텔레비전 속보를 통해 접했다. 생계를 위해 일터에 오셨다가 안타까운 생을 마감한 모든 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아가신 분들께 사죄하며 평생 반성하며 살겠다"고 했다.
이날 재판 이후 방청석에 있던 유족들은 피고인들을 향해 "사람 살려내"라고 소리치면서 한동안 법정을 떠나지 못했다. 유족들은 "얼마나 돈이 좋으면 아버지가 자식한테 죄를 떠넘기냐"고 했고 한 유족은 울분을 삭히지 못해 법원 경위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아리셀측 변호인을 향해서도 "어떻게 그런 돈을 받고 그렇게 변호하냐. 인간 맞냐"고 소리쳤다.
작년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아리셀 공장 3동 내 2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작업 중이던 23명(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다.
박 대표는 이 화재와 관련해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수사를 받아왔으며, 같은 해 9월 구속기소 됐다. 그러다 박 대표는 올 2월 보석으로 석방돼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의 아들 박 본부장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에 대한 판결 선고는 9월 23일 오후 2시에 열린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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