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하던 아버지"…수해 사망자 빈소 '오열'
유가족 "가평군의 미흡한 산사태 대응 아쉬워" 불만 토로
- 양희문 기자, 이상휼 기자
(가평=뉴스1) 양희문 이상휼 기자 = "군에서 조금만 신경 쓰고 관리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22일 수해 사망자가 안치된 경기 가평군 한 장례식장은 유가족의 서글픈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백발의 한 어르신은 "이건 아닌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비보를 접한 조문객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애통한 표정을 지은 채 장례식장을 찾았다.
유가족은 고인이 생전 즐겨하던 소주 한 잔을 올리며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곳은 전날 북면 제령리 흙더미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민 모 씨(73)의 빈소다.
민 씨는 지난 20일 오전 4시 30분께 조카와 함께 밭 배수로를 점검하고 집으로 돌아왔다가 다시 홀로 밭으로 갔다.
점점 거세지는 폭우에 혹여나 배수로가 넘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그때 '쾅'하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나뭇더미가 섞인 토사가 밀려왔고 민 씨는 그대로 휩쓸렸다.
그는 실종 이틀째인 전날 오후 1시 12분께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버지는 우직하고 강직한 사람이었어요. 차가운 면도 있었지만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는 분이었어요."
민 씨의 아들 A 씨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아버지를 회상하며 눈물을 훔쳤다.
유가족은 군의 미흡한 산사태 대응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고가 발생한 수덕산 등산로 입구엔 길이가 5~6m에 달하는 대형 잣나무가 썩거나 벌목된 채 쌓여있었지만, 나무를 치우거나 철조망을 치는 등의 작업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민 씨와 함께 배수로를 정비하던 조카 C 씨는 "관리도 안 할 거면서 등산로는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며 분통했다.
이어 "당국에서 나무를 치우거나 철조망을 쳤더라면 허망하게 솔선수범하던 삼촌이 돌아가시지 않았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가평 지역에선 지난 20일 시간당 70㎜ 이상의 폭우가 내리면서 민 씨를 포함해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실종자는 모두 4명이다. 마일리 캠핑장에서 2명, 대보교 인근 낚시터에서 1명, 덕현리 강변에서 1명 등이다.
당국은 구조견과 헬기 등을 동원해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급류가 심하고 도로 곳곳이 유실돼 수색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잠정 피해액을 342억 원으로 집계하고 도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공식 건의한 상태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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