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아기 '엉뚱한 아빠' 1건뿐?…의사 고의성 조사도 안했다
네덜란드서 의사 수십 년간 자신 정자로 49명 인공수정
의료계 "정자 바꿔치기 사실상 불가능…의료사고일 듯"
- 양희문 기자
(하남=뉴스1) 양희문 기자 =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시험관 시술로 얻은 아이의 유전자가 아버지와 일치하지 않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가운데 담당의사의 고의성 여부가 논란이다.
경기 하남시에 사는 A씨(50대)는 26년 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들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진행한 유전자 검사 결과 친모는 맞지만 친부가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의심되는 부분이다.
시험관 시술은 여성의 난소에서 난자를 추출해 실험실에서 정자와 수정시킨 뒤 난자나 배아를 자궁에 이식해 출산토록 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시술 과정에서 의사가 수정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고의로 정자 등을 바꿔치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BBC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는 한 의사가 수십 년간 자신의 정자로 인공 수정을 실시해 49명에게 그의 유전자가 전달됐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고의로 정자를 바꿔치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A씨 사례의 경우 의사의 고의성보다는 시술과정에서 실수로 인한 의료사고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체외수정을 전문으로 하는 김학남 박사는 “국가가 공인한 기관에서 파견한 검사관이 실사를 나와서 무작위로 체외 수정을 한 환자들의 모든 기록을 확인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정자를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의료사고 역시 어려운데 발생한다면 재확인을 건성으로 할 때다”라고 말했다.
신정호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다만 아주 드물지만 부주의로 인해 신생아실에서 아기가 바뀌는 것처럼 정자나 난자가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의료계가 이처럼 고의성과 과실 가능성에 모두 부정적인 것은 시험관 시술 과정이 매우 철저한 확인 속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시술전 여러차례 확인 과정을 거쳐 난자와 정자를 수정을 시키고, 날짜, 시간 등을 철저히 기록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A씨의 사례처럼 분명한 오류가 결과로 확인됐기 때문에 시술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는 규명할 숙제로 남아 있다.
현재는 당시 시술을 책임진 의사와 그 의사가 소속돼 있던 대학병원이 모두 원인규명에 소극적이다.
A씨는 해당 병원에 이 사실을 알리고 원인 규명을 요청했으나 현재 산부인과 업무를 맡는 의사는 “제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 B교수에게 의견은 전달하도록 하겠으니 기다려 달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A씨는 B교수의 연락처를 확보해 “병원 측에서 교수님께 소명받는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등의 메시지를 수차례 남겼지만, B씨는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태다.
답답했던 A씨는 병원에 민원을 넣었지만, 병원 측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환자분 하고 싶은 대로 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병원 측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A씨 기록을 확인하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B교수한테도 연락을 했지만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뉴스1은 B교수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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