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목현천 범람' 30대 여성 참변…"신고하려는데 급류에 쓸려갔어요"
목격자 "급류에 버스정류장 기둥 잡고 버티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당시 쓸려온 토사물로 하천 범람…2km 떨어진 곳에 숨진 채 발견
- 유재규 기자
(경기 광주=뉴스1) 유재규 기자 = "휴대전화를 들어 다시 돌아봤을 때 이미 급류에 떠내려 간 듯 했어요."
이틀 동안 평균 300mm 비가 쏟아져 불어난 하천으로 휩쓸린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9일 경기 광주시 탄현동 목현천 일대에서 만난 시민 A씨(40대·여)는 떨리는 목소리로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A씨는 최초 목격자다. 그는 B씨가 급류에 휩쓸려 숨진 채 발견된 장소로부터 약 2km 떨어진 한 편의점에서 최초 신고를 하려 했던 시민이다.
전날 늦은 밤, 사건 발생 장소로부터 약 10~20m 떨어진 편의점에 있었던 A씨는 "편의점 직원이 '신고해야겠다'는 말을 처음 듣고 밖을 보니 B씨가 버스정류장의 한 기둥을 붙잡고 있었다"며 "이를 보고 신고를 하려고 휴대전화를 집어 다시 B씨를 바라봤으나 순식간에 정류장과 함께 급류에 휩쓸려 사라지고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급히 119에 신고를 시도했는데 불통이어서 10차례 정도 잇달아 신고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혼선이 있었는지 전화가 모두 불통이었다. 나중에 119에서 저에게 '신고전화를 하셨느냐'고 전화를 걸어와서 상황 설명을 했지만 이미 늦은 때였다"며 "충격적인 장면을 (최초로)목격한 후, 식사도 못하고 수면도 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신고접수는 8일 오후 11시40분께 이뤄졌지만 A씨는 그 이전 오후 11시27분부터 119에 신고전화를 10차례 시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A씨는 "무섭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고 덧붙였다.
당시 버스정류장으로부터 수십km 떨어진 산에서 폭우로 토사물이 쓸려 내려왔는데, 이 토사물과 나뭇가지 등이 버스정류장이 설치된 도로 아래 하천을 막으면서 하천이 도로 위로 범람했다.
이때 B씨가 붙잡고 버티고 있던 버스정류장은 범람한 급류에 버티지 못해 뜯겨 나갔고 땅도 함께 꺼지면서 하천으로 B씨가 빠져 쓸려갔다는 것이 A씨와 해당 거주민들의 설명이다.
이곳에 50년 거주한 C씨도 "물이 범람해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일은 처음이다"며 "오전에 일찍 일어나 주민들과 피해상황을 공유하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얘기를 듣고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다른 한 시민도 "이런 일은 처음이다"며 "이날 오전 4시부터 일어나 동영상 등을 촬영했다. 이날 일정이 있었는데 모두 취소됐다"고 전했다.
이곳은 빌라촌으로 침구류, 정비공업사, 편의점, 일반음식점 등이 도로 양 옆으로 즐비하게 있었다.
일반음식점 내 손님은 거의 없었으며 장사를 시작한 업주들은 자신의 가게 앞, 토사물을 치우는데 힘을 썼다.
신발을 신어봤자 소용 없다는 듯 맨발로 길을 걷는 시민도 있었다. 왕복 2차선 중 1차선이 토사물로 막혀 굴착기가 작업을 하는 바람에 차량통행은 그야말로 '혼잡'을 빚었다.
한 시민은 "8년 간 거주하면서 이런 일은 없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반드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oo@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