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만명 임박 경기도 "이제는 남-북 분도(分道)해야"

경기북부 인구 350만 "광역 승격돼야 균형발전 탄력"
인천·울산·세종…광역시 승격 후 경제규모 수직 상승

경기북부 지도 ⓒ 뉴스1

(경기=뉴스1) 이상휼 기자 = 인구 400만명에 달하는 '경기북부' 지역을 독립된 광역지자체인 '경기북도'로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번에는 대선 때 공약으로 반짝 빛나고 그칠 것이 아니라 '주민투표' 추진 등 적극적으로 논의돼 지역민들의 기대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북부지역 여야 의원들이 힘을 합쳤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철(의정부을) 의원이 '경기북도 설치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해 지난해 처음으로 국회 행안위 전체 회의에 상정된 후 공청회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성원(재선, 동두천·연천) 경기도당 위원장도 힘을 보태고 있다. 두 의원은 지난달 '경기북부 설치 추진단'을 구성해 전국민을 상대로 '경기북도 설치를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에 나섰다. 내년 대선 때 여야 후보 공약에 '경기북도 설치'를 반영시킨다는 목표다.

여당의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는 이미 의정부 소재 '경기도북부청사'를 방문해 '경기북도 설치'의 필요성과 자신들의 공약을 냈다. 야당 후보도 곧 경기북도 관련 의견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경기남부 역대 도지사들은 '아직 아니다', '분도하면 북부가 더 가난해진다'는 등의 논리로 분도를 반대한다. 이에 대해 분도 찬성론자들은 "역대 현직 지사들은 거대한 표심을 아우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분도를 반대해왔다"고 지적한다.

◇ 인구 꾸준히 늘어 전국 3위 규모

경기북부 10개 지자체의 총 인구는 350만명을 넘어섰다. 인구 순으로 △고양시 108만1000명 △남양주시 72만5000명 △파주시 47만4000명 △의정부시 46만3000명 △양주시 23만5000명 △구리시 19만4000명 △포천시 15만명 △동두천시 9만3000명 △가평군 6만2000명 △연천군 4만3000명 가량이다.

여기에 접경지역인 김포시(45만5000명)까지 포함시켜 분도할 경우 약 400만명이다.

이는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경기남부 21개 시군(약 1000만명), 서울시(959만명)에 이어 3번째 규모다. 부산(337만명)보다 많은 인구다.

부동산값 상승 등 서울시 인구가 갈수록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신도시와 택지지구 개발이 한창인 경기북부는 앞으로도 인구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서쪽으로 고양시와 파주시, 동쪽을 남양주시와 구리시는 가파른 속도로 인구 규모가 팽창하고 있다. 파주시의 경우 곧 50만명을 넘어 '대도시' 반열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비교적 발전속도가 더딘 의정부, 양주, 포천 등도 교통인프라가 발전하면서 조금씩 인구가 늘고 있다.

한강을 기준으로 남부와 북부를 가른 탓에 접경지역인 '김포'는 남부로 포함돼 있다. 한강 하구가 서울 마포에서부터 급격하게 북쪽으로 치솟아 있어 사실상 '경기북부'와 더 가깝다. 현재 김포는 행정적으로 경기북부와 연관이 적고, 경기남부와는 지리적으로 멀어, 인천지역 생활권에 속해 있다. 분도할 경우 경기북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 대선주자들·남양주시장 "이제는 분도해야 한다"

이낙연 전 대표는 7월 30일 경기도북부청을 찾아 분도를 약속했다. 이 전 대표는 "경기 남북부의 균형발전, 주민 편의를 위한 생활권·경제권·행정구역 일치, 안보로 희생한 지역에 대한 보상, 한반도 평화시대를 준비하는 전진기지" 등을 제시하면서 분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경기북도에 대한 논의는 막는다고 해서 사그라들지 않는다. 경기도의 덩치가 너무 커졌다. 인구는 1380만명으로 서울을 넘은 지 오래다. 경기북부 인구만도 400만명에 육박한다. 경기도 북쪽 끝 연천에서 남쪽 끝 평택까지 거리는 200여㎞에 달한다. 자동차로도 3시간이 넘는 거리다. 완전히 다른 생활권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도가 커지면서 남부는 상전벽해 수준인데 경기북부는 여전히 열악하다. 군사시설보호구역은 물론 수도권개발제한, 상수원보호구역 등 겹겹의 규제를 받고 있다. 인구가 4만5000명이 안되는 연천군은 서울과 똑같이 수도권의 과밀을 억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의 규제를 받는다"고 역설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 16일 경기도북부청을 찾아 "경기북부지역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역주민의 열망이 커지고 있다. 경기북도는 균열의 시작이 아니라 새로운 균형발전의 출발이 될 것"이라며 "경기북부에 맞는 새로운 비전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정 전 총리는 △경기북도 설치 △경기북부 고등법원과 가정법원 설치 △경기북부 거점 공공의료원 설립 △접경지역 평화경제특구 조성과 한반도 물류메카 구축 △주한미군 공여지 조기 반환과 환경오염 문제 해결 △8호선(별내선) 의정부 연장선 조기 추진 △경기북부 모빌리티 클러스터 조성사업 지원 등을 주요 공약으로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경기도 남부와의 불균형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균형발전을 통해 경기도 남부와 북부가 함께 상생하고 한반도 평화통일시대를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광한 남양주시장도 힘을 보탰다. 그는 "곧 1400만에 육박하는 공룡 지자체 '경기도'를 이대로 유지하는 것은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 남부지역 도민들도 이제 그 필요성에 공감해줄 것을 호소한다. 서로에게 도움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조 시장은 "그러나 역대 도지사들의 반대로 인해 경기북도 설치가 탄력을 받지 못했다. 분도를 선언하는 순간 영향력과 정치권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기북도 설치를 반대하면서 그럴듯한 궤변을 들이대는 것은 더이상 명분도 설득력도 없다. 북부지역 도민을 볼모로 잡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 분도 반대하는 이유는?

그 동안 보수 성향 인사들이 주로 경기북도 설치에 반대해왔다. 낙후지역인 북부가 전통적으로 '보수 텃밭'이라는 인식이 강해 민주당에서 분도론을 주장한 반면 보수 성향 정당은 철저히 무관심으로 일관해왔다.

상황이 바뀌어 경기북부가 보수 텃밭이라는 인식은 옛말이다. 신도시 개발로 서울권 인구의 유입이 가속화됐고 연천군과 가평군을 제외하고 8개 시군이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이다.

또한 민주당인 이재명 지사도 취임한 뒤 줄곧 경기북도 설치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고 있다.

반대의 이유는 분도할 경우 규모의 경제에 역행해 대외협상력이 약화되고 도의 힘이 나눠져 지역발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 재정자립도가 열악해 남부의 막대한 재원을 조달받지 못한다는 주장 등이다.

이로 인해 인프라 확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와 달리 경기북부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추세다.

도민들은 "속내를 들여다보면 유력 정치인이 정치적 기반의 약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경기북도 나누면 제기능할까?

현재 경기북부에 위치한 공공기관 중 남부와 동등한 위치의 광역기관은 '의정부지방법원', '의정부지방검찰청', '경기북부경찰청'이 대표적이다. 경기북부경찰청의 경우 과거 남부청 관할일 때 인사와 예산권이 없고 잦은 남부청 회의 등으로 인해 '치안 공백', '치안 서비스 저하'를 초래했다.

지금도 의정부 소재 '경기도교육청북부청사' 등의 광역기관은 남부의 본청에 예속돼 권한이 부족하고 지역민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의정부 신곡동, 남양주 다산동, 고양 일산에 광역기관들이 산재해 있어 행정 인프라는 충분하다. 언제든지 분도하면 자체적 기반 공공기관으로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민철 의원은 "경기북부는 이미 독자적 광역단체인 경상북도나 충청북도 전라북도에 비해 재정자립도가 높다. 북부가 중첩 규제와 인프라 미비로 낙후성을 면치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독자적 행정주체의 부재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부 지자체는 도비 지원을 경기도를 통해 받고, 국비 요청도 경기도를 거쳐야 한다. 도는 남부에 인구와 경제시설이 편중돼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편중 지원한다"고 지적했다.

◇ 인천·울산·세종은 광역시 승격 이후 경제규모 수직 상승

의정부시 행정혁신위원회는 2016년 펴낸 연구과제 보고서를 통해 경기북도를 설치할 경우 2013년 57조원 규모이던 GRDP가 2020년 116조원으로 대폭 향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천은 1990년 8조6500억원이던 지역내총생산(GRDP)이 2013년 64조6540억원으로 7.5배 증가했다. 울산은 1998년 28조770억원이던 GRDP가 2013년 68조3477억원으로 2.7배 증가했다.

두 광역단체는 분리 과정에서 우려가 많았으나 인구, 경제, 교육 등 다방면에서 성장하면서 위상을 높였다.

인천광역시는 물론이고 인구 113만명의 울산광역시만 하더라도 경기북부보다 인지도가 높다. 경기북부는 독립된 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구 36만4000명의 세종특별자치시보다도 경기북부 인지도는 낮다.

인천시는 1981년 분리되고 인구가 2.62배, 울산시는 1997년 분리되고 1.2배, 세종시는 2012년 분리되고 3배 넘는 인구 증가율을 나타냈다.

daidalo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