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결 앞둔 이재명, 왜 공개변론 신청?
공선법 제250조 허위사실공표죄 포괄해석 ‘법정죄형주의 위배’
“침묵이 허위사실의 공표와 갈을 수 없어…기본권 침해”
- 진현권 기자
(경기=뉴스1) 진현권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2일 대법원에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에 대한 공개변론 신청서를 제출했다.
형사소송법 제390조 제1항에 상고법원이 특정한 사항에 관해 변론을 열어 참고인의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공개변론을 통해 이 지사가 2018년 6월 경기도지사 후보 방송3사 TV 토론에서 상대방 후보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행위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되는지 다퉈보겠다는 것이다.
이 지사측은 그동안 항소심 재판부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것은 공직선거법 제250조를 위헌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따라서 대법원이 이 지사 측이 신청한 공개변론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 주목된다.
◇이 지사, 왜 공개변론 신청했나
이재명 지사의 변호인인 나승철 변호사는 공개변론 신청 이유에 대해 “선거 때 마다 허위사실 공표가 문제가 되는데 한번도 국민적인 논의과정이 없었다”며 “게다가 침묵이 공표가 될 수 있느냐, 형법상 유추해석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것은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침묵도 공표’라고 하면 아무 말을 안 해도 허위사실 공표가 된다. ‘노코멘트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도 허위사실 공표다. 그것이 과연 적정하느냐, 그런 문제 의식이 있다”며 “앞으로 선거에서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쟁점이니까 한번 공론화를 해서 논의를 해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 제390조 제1항은 상고법원은 서면심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제2항은 필요한 경우에는 특정한 사항에 대해 변론을 열어 참고인의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공개변론을 신청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법원은 2016년 6월16일 권선택 대전 시장 상고심, 2018년 8월30일 여호와의 증인 신도 3명의 병역법 위반 기소사건 상고심, 올해 4월28일 대작(大作) 사건으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 사건에 대해 공개변론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지사 변호인 측은 항소심 재판부가 행위 규정을 확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것은 헌법원칙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정이라며 공개변론을 통해 그 적법성을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수원고법 형사2부(재판장 임상기)는 지난해 9월 6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직권남용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이 지사에 대해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2심 재판부는 이 지사가 형 재선씨의 정신병원 입원을 주도적으로 지시했음에도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지사 후보자 TV토론회에 출연해 ‘강제입원에 전혀 관여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2012년 4월부터 8월까지 수회에 걸쳐 분당보건소장에게 이재선씨를 ‘구 정신보건법 제25조 시장 등에 의한 입원규정’에 의해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했다”며 “친형을 입원시키려했다는 내용을 사실대로 발언할 경우, 낙선할 것을 우려해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 측은 판결에 반발해 같은 해 11월1일 대법원에 공직선거법 250조 1항(허위사실공표죄)과 형사소송법 383조(상고이유) 4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낸 바 있다.
◇공개변론의 쟁점은
공개변론의 주요 쟁점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1항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다.
이 조항은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등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의 출생지·가족관계·신분·직업·경력 등·재산·행위·소속단체 등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 등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지사 측은 이에 “250조1항 중 행위부분과 허위사실 공표와 관련, 용어 정의가 불분명하고, 포괄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지사측은 “TV 방송토론회에서 지시사실이 질문에 없었고 쟁점도 아니어서 말하지 않았는데, 항소심 재판부가 이것이 지시사실을 고의로 숨긴 것이고, 사실왜곡으로 절차개시에 관여 안했다는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과 같다고 판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공정성을 해한 것일 수 없고, 사실왜곡은 사실공표와 다르며, 침묵이 허위사실의 공표와 같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항소심 재판부가 행위 규정이나 행위 해당 여부의 해석 등은 헌법원칙과 기본권(불리한 진술강요금지, 죄형법정주의와 유추확장해석금지, 최소침해원칙, 비례원칙, 표현의 자유,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 평등권, 인간다운 생활권 등)을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교수는 지난해 11월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의 헌법적 쟁점과 해석 토론회’에서 “이재명 지사에 적용된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요건 가운데 후보자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개념이 지나치게 광범위해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으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허위사실공표죄는 객관적 사실과 다른 허위의 사실을 당선 목적으로 공표하면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라, 사실 공표의 시기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허위 사실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따라서 항소심 판결은 공직선거법 제250조를 위헌적으로 해석하거나 법률의 취지를 오해해 적용했으므로 파기돼야 한다. 피고인은 무죄”라고 결론 내렸다.
남경국 헌법학연구소장도 같은 견해를 내놨다.
그는 “피고인이 KBS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직권을 남용해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 시도했다는 질문에 대해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답변한 것은 의견표명에 불과해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같이 항소심 재판부와 이 지사 측이 허위사실 공표죄 적용의 적정성 여부를 놓고 의견충돌을 빚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이 문제를 공개 변론장으로 끌어낼 지 주목된다.
이 사안이 공개변론장으로 나오면 그동안 선거 때마다 논란이 됐던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 적용 기준에 대한 법개정 논의에 불을 댕길 가능성이 있다.
대법은 이 지사 측이 제기한 공개변론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위헌법룰 심판 제청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 지사 측 주장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하면 상고심 재판은 헌재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중지된다.
반면 대법이 심판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고심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
jhk1020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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