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극악무도한 살인마였다”…33년 전 범행 똑똑히 ‘기억’

화성사건 외 살인 5건·강간 30건 추가 범생 진술
라포르·추가 DNA 확보 흉악범 입 여는데 ‘적중’

25일 오후 MBC 프로그램 '실화탐사대'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의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MBC캡쳐) 2019.9.25/뉴스1

(경기·충북=뉴스1) 이윤희 유재규 박태성 기자 = 33년 전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화성연쇄살인범 이춘재(56), 그는 한마디로 ‘악마’였다.

그는 25년 간 교도소에 복역하면서 부녀자 14명을 살해하고 30여차례 강간 범행을 저지른 사실을 철저히 숨긴 채 ‘1급 모범수’로 살아왔다.

9명의 부녀자를 강간·살해·유기한 줄만 알았던 이춘재의 엽기적 만행은 상상을 초월했다.

5명의 부녀자를 더 살해했고, 30여차례 강간도 더 했다고 자백한 그는 그림까지 그려가며 추가 범행사실을 털어놓았다.

꽃다운 나이 10대부터 70대 노인까지 무참히 살해한 이춘재는 역대 최악의 흉악범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춘재, 30여년간 숨겨온 범행 그림까지 그려가며 ‘자백’

이춘재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주범이란 사실은 지난 1일 세상에 알려졌다.

그간 경찰과의 대면조사에서 범행 자체를 완강히 부인해 온 이춘재는 끈질긴 경찰의 추궁 끝에 자신이 화성사건 주범임을 인정했다.

이춘재는 1994년 1월 처제를 강간·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 받고 부산교도소에서 25년째 수감 중이었다. 경찰은 이춘재를 총 9차례 대면조사했다.

화성사건 외에 5건의 살인과 30여차례 강간을 한 추가 범행 사실을 자백받았다.

이춘재는 자신의 과거 범행을 하나 하나 기억하고 있었다. 과거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그림으로 그려가며 조사에 응했다.

추가 살해 5건 중 3건은 화성일원, 2건은 청주였다고 자신의 범행 장소를 똑똑히 기억했다.

◇라포르(Rapport) 이춘재 자백 끌어내는 데 ‘적중’

경찰은 이춘재의 자백을 끌어 낼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로 ‘라포르(Rapport)’를 꼽고 있다.

라포르는 두 사람이 대화를 통해 그 사이에서 충분히 감정적,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상호신뢰관계를 말하는 심리학 용어다.

이춘재의 심경 변화는 7차 대면조사 이후부터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범행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온 이춘재가 프로파일러와의 신뢰를 쌓아가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달 18일 이춘재와의 첫 대면조사때 부터 투입된 공은경(40) 경위는 매일 같이 이춘재를 만나 압박과 회유를 반복하며 라포르를 형성해 왔다. 공 경위는 2009년 여성 10명을 살해한 강호순의 자백을 끌어낸 프로파일러다.

추가 DNA 확보도 이춘재의 입을 여는데 적중했다.

1986년 12월14일 발생한 4차 사건의 용의자 DNA와 이춘재의 DNA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결과를 토대로 이씨를 압박한 게 통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이춘재 추가 범행 살인 5건·강간 30건 수사 ‘집중’

경찰은 이제 이춘재가 밝힌 추가 범행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춘재는 추가 범행 5건 가운데 3건은 화성, 나머지 2건은 충북 청주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춘재의 진술을 토대로 그가 군대를 제대한 1986년 1월부터 화성 일원에서 발생한 유사사건이 그와 연관성이 있는지 과거 수사기록을 들여다보고 있다.

1986년 1월부터 9월 전까지 화성 일원에서는 부녀자를 상대로 7건의 성범죄가 발생했다. 이 사건 역시 이춘재가 거주한 화성시 태안읍 일대에서 벌어졌다.

당시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용의자가 23살가량의 남성으로, 키 165~170㎝인 보통체격의 남성이라고 진술했다. 7차 사건 당시 범인의 얼굴을 봤다는 버스안내양 엄씨와의 진술과도 일치했다.

스타킹으로 양손을 결박하는 등 범행수법도 화성사건과 매우 유사했다.

1986년 2차 사건발생 직후 용의자에게서 간신히 피해 달아났다는 40대 여성의 증언은 이춘재의 추가 범행 사실에 힘을 실어준다. 당시 범행 장소도 화성살인범의 주 무대인 화성시 태안읍과 약 3㎞ 떨어진 정남면 보통리였다.

이 여성은 흉기로 위협하는 용의자에게 가방을 떨어뜨렸다고 거짓말을 했고, 용의자가 가방을 찾으러 간 사이 그에게서 도망쳤다. 당시 이 여성이 경찰에서 밝힌 용의자의 생김새 또한 이춘재와 비슷했다.

◇처제 살해한 충북 청주서도 유사사건 다수 발생

이춘재가 나머지 추가범행 2건은 충북 청주라고 밝힌 만큼, 처제 살해 전 청주 일대에서 발생한 유사사건에 대해서도 되짚어 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비슷한 시기 청주에서는 화성사건과 유사한 성폭행 살인 사건이 다수 발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1992년 6월24일 청주 흥덕구 복대동에서 가정주부 이모씨(당시 28)가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씨는 하의가 벗겨진 채 전화기 줄에 목 졸려 숨졌다.

이곳은 이춘재가 처제를 살해했던 장소인 자신의 집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400여m 떨어진 곳이다.

이 사건 두 달 전인 1992년 4월23일에는 당시 청원군 강내면의 한 공사현장에서는 암매장된 20대 여성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여성은 40㎝ 깊이의 땅속에서 발견됐는데 스타킹으로 양손이 묶이고 알몸인 상태였다. 당시 이춘재의 직업은 굴삭기 기사였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경찰 관계자는 “이춘재의 자백이 사실인지 더 신중히 검토해 봐야 한다”며 “현재 자백내용에 대한 수사기록 검토, 관련자 수사 등으로 자백의 임의성, 신빙성, 객관성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ly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