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위탁법 진단③]“재위탁 허용”…‘행정권한 법정주의 위배’ 논란

현행법은 행정기관의장·자치단체장에게만 위탁 권한 부여
관련부처도 문제점 인식…“조금 손볼 것 같다”

편집자주 ...정부 행정사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법률안’이 행정안전부 발의로 국회에 상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 마련이 진일보 한 것이라고 환영하면서도 법안이 상당한 법적 오류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뉴스1은 지난해 기획 보도한 ‘공공위탁 대해부’ 시리즈를 통해 공공위탁의 문제점을 짚어본데 이어 이 ‘민간위탁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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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뉴스1) 김평석 기자 = 행정안전부가 발의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법률안’은 행정사무를 수탁 받은 기관·단체 등이 다른 법인·단체, 개인에게 재위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법안 제15조(재위탁)는 1항에서 원칙적으로 재위탁을 금지하고 있지만 2항에서 위탁 사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사무의 일부를 재위탁 할 수 있도록 해 놨다.

하지만 현행 법체계는 본래의 권한자인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만이 행정권한을 직접 행사할 수 있고 그 권한의 변경인 위임·위탁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그 권한을 위임·위탁할 경우에는 법률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행정권한 법정주의의 원칙’이 대법원 판례로 확립돼 있다.

때문에 법안 제15조는 행정권한 법정주의 원칙에 반할 뿐 아니라 법체계상 형해화(形骸化·형식만 있고 가치나 의미가 없게 됨)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행정권한 법정주의란 법령으로서 행정권한을 정한다는 것이다. 행정기관의 장은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의 권한에 속하는 사무를 처리 할 수 있고 법령에 근거해 권한의 변경인 사무의 위탁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지방자치법규연구소 최인혜 박사는 “행정권한이 없는 민간의 수탁기관이 그 권한을 재위탁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기존의 개별 법률은 물론 사법부의 판례에서도 그 근거를 찾아 볼 수 없는 초법적 발상”이라는 지적했다.

김회창 한국지방정부연구원 원장(일본 이바라키대 연구교수)도 “재위탁을 허용하게 되면 위·수탁 기관 사이에 불법 커넥션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며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부정이 싹 틀수 있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재위탁에 대한 문제점은 국회 소관 상임위와 법안을 발의한 행정안전부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뉴스1 취재 과정에서 확인됐다.

국회 행정안전위 전문위원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재위탁을 하면 안 되고 법안 제15조는 우선 적용하는 것은 아니어서 필요 없기는 한데 만에 하나 개별법에 재위탁 조항이 있다면 법이 충돌할 수도 있어 안전장치로 넣어놓은 것 같다”며 “1~2개의 개별법이 재위탁 규정을 두고 있다면 해당 개별법을 고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도 “국회와의 협의 과정에서 (재위탁 관련 조항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이 조항은 조금 손 볼 것 같다”고 개정이나 삭제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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