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작해도 늦다"…800조 호남 반도체, 인재 양성 '시간 싸움'

2030년까지 3만6000명 필요…필요 인력 분야 폭 넓어
전문가들, 초·중·고 체험부터 교사·실습 인프라까지 시급 판단

광주 군공항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전남광주통합특별시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전남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전남광주가 지금부터 초·중·고 반도체 인재 양성에 나서지 않으면 정작 호남권 반도체 팹(Fab)이 들어선 후 인력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왔다.

반도체 팹 건설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전격전'을 이뤄낼 수 있지만 실제 생산 현장에 투입될 기술인력을 길러내는 데는 최소 3년 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3일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오는 2030년 광주 군공항 부지에서 초도 생산을 목표로 하는 팹 4기 가동에 필요한 반도체 관련 인력은 약 3만 6000명으로 추산된다.

필요 인력도 연구개발 인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석·박사급 인력은 10~15%, 대졸 엔지니어는 30~35%, 장비운영·검사·유지보수 등을 담당하는 고졸·전문대 기술인력은 40~45%, 시설·안전·생산지원 분야에는 10~15%의 인재가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교육부의 용인 반도체고 설립 근거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5만 1000명 수준인 반도체 인력이 2030년에는 10만 7000명까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연구인력만 양성해선 팹 가동에 필요한 인력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양성 GIST AI반도체연구원 설립추진단장은 "팹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전남광주 정주인력이 대거 필요한 호남권 반도체 팹 확장기를 2036년으로 분석했다.

양 단장은 "지역 정주 인재가 없으면 호남 반도체 팹은 결국 출퇴근 공장으로 전락한다"며 "지금부터 초·중·고 진로 체험 교육을 바꿔야 10년 뒤 전남광주 팹의 핵심 인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전남광주의 초·중등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반도체를 접할 기회는 사실상 전무하다.

양 단장은 "전국 초·중등 교육에서 AI 관련 체험은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반도체 체험은 사실상 전무하다"며 "안전과 오염 문제로 실제 팹 개방이 제한되는데 이를 대체할 모사 실습 장비와 교사 대상 연수 프로그램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기흥·화성·평택·천안 등 사업장 인근에서 '반도체 과학교실'을, SK하이닉스는 화성시에서 '반도체 공유학교'를 운영하며 지자체·기업·학교가 역할을 분담하는 학교 밀착형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전남광주는 고교 직업계 학과에 진학하기 전까지 학생들이 반도체를 접할 기회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는 게 교육계의 진단이다.

양 단장은 "반도체는 단일 학문이 아니라 종합 학문이다. 일반고를 포함한 교육 전반에서 준비가 필요하다"며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대다수 학생들에게 반도체 진로 정보가 닿는 정규 정로가 끊겨 있다. 이들에게 반도체는 여전히 '수도권 대기업의 일'"이라고 우려했다.

윤영재 동일미래과학고 취업진로부 교사도 "팹이 아니라 사람이 병목이 되는 시대"라며 "팹은 돈으로 짓지만 팹을 돌릴 사람은 3년 이상 걸려 길러야 한다. 지금 시작해야 2030년에 맞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공정·장비는 가르치는 교사에게도 생소하다"며 "현장 엔지니어가 겸임교사로 참여하고 교사들이 기업에서 팹·패키징 현장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팹 착공·가동 시점에 맞춰 직군별·학력별 인력 수요를 산정하고, 특성화고·마이스터고·전문대의 학과·정원을 역산해 배치해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드는 클린룸을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공공 나노팹, 대학 클린룸을 여러 학교가 함께 사용하는 '공유 실습 플랫폼' 구축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