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째 제자리걸음 광주구치소 신축…"다음 세대에 미룰 문제 아냐"

2010년 계획 후 장기 표류…호남만 미결 전담 구치소 없어
일자리·지역구매·방문객 유입 효과도…"꼭 필요한 국가기관"

광주교도소 내부 모습. ⓒ 뉴스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안재영 기자 = 전국에서 유일하게 미결수용자 전담 구치소가 없는 호남권에서 광주구치소 신축 사업이 16년째 표류하고 있다.

구치소 부재로 광주교도소가 기결수용자의 교정·교화와 미결수용자의 수용·재판 지원을 동시에 떠맡으면서 과밀수용과 미결수 인권 문제가 심화하고 있지만, 예정부지 주변 주민 반발 등에 막혀 사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3일 광주교도소에 따르면 광주구치소 신축 계획은 지난 2010년 처음 수립됐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예정부지 주변 주민들이 주거·교육환경과 부동산 가치 등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반발하면서 장기간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광주교도소의 과밀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졌다. 현재 광주교도소에는 2200~2300명가량이 수용돼 수용률이 약 145%에 달한다. 서울구치소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독거실을 제외하면 정원 5명인 수용거실에 11~12명이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전체 수용자의 약 45%, 1000명 이상이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용자다.

광주교도소가 이처럼 과밀한 배경에는 호남권에 별도의 구치소가 없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전국 54개 교정기관 가운데 구치소는 12곳, 구치지소는 3곳이다. 서울·경기 6곳, 대구·부산권 6곳, 대전·충청권에는 지소를 포함해 3곳이 있지만 전남·광주와 전북을 아우르는 호남권에는 교도소 9곳만 있을 뿐 미결수용자를 전담하는 구치소는 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광주교도소는 형이 확정된 기결수용자를 대상으로 교육·교화와 직업훈련, 심리치료 등을 수행하는 교도소 본연의 기능에 더해 미결수용자의 수용과 재판 출정 등 구치소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서로 성격이 다른 두 기능이 한 시설에 집중되면서 기결수용자의 사회복귀 프로그램과 미결수용자의 재판 준비·사법적 방어권 보장 모두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게 교정당국의 설명이다.

박경선 광주교도소장이 최근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광주교도소 포화 문제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2026.9.11 ⓒ 뉴스1 안재영 기자

박경선 광주교도소장은 "국가나 지역사회의 인권 수준은 수용시설, 특히 교정시설의 인권 수준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며 "인권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다음 세대로 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광주구치소 신축의 가장 큰 걸림돌은 예정부지 주변 주민들의 반발이다.

주민들은 교정시설이 들어서면 주거환경과 자녀 교육, 부동산 가치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특히 예정부지가 아파트와 학교에 지나치게 가깝다는 점도 반대 이유로 제기됐다.

교정당국은 이같은 우려에 일부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박 소장은 "예정부지 가운데 아파트와 인접한 부분은 부지 끝의 좁은 공간으로 실제 수용사동이 들어설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수용사동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건립하기 때문에 구치소 내부가 그대로 보이거나 수용자가 외부를 다니며 주민이나 자녀를 위협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구치소 신축이 지역사회에 가져올 경제적 효과도 교정당국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구치소가 들어서면 조리원과 시설관리·방호 인력 등 신규 일자리가 발생하고 수용자와 직원이 사용하는 식자재와 생필품, 건축자재, 각종 비품 등의 지역 구매가 이뤄질 수 있다.

수용자를 접견하기 위해 방문하는 가족과 지인 등의 유동인구도 늘어 숙박업소와 음식점, 교통 등 주변 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정공무원들의 인사이동에 따른 인구 유입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교정당국은 구치소 신축으로 미결수용자 1000여명을 분리 수용할 경우 현재 145%에 달하는 광주교도소 수용률이 100~110%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 소장은 "도시가 확장되면 경찰서와 소방서 등 주민 생활에 필요한 관공서가 늘어나듯 구치소 역시 이 지역에 필요한 국가기관"이라며 "구치소 신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인권과 지역 발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