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 사건 조용히"…'장윤기 수사 축소' 박성주 前국수본부장 기소
전 여청과장·현 성폭력수사계장 등 최고 윗선 줄기소
수사팀 병합 보고에 경찰 부실대응 비판 우려 축소 지시
- 이수민 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광주지방검찰청(전담수사팀장 부장검사 김봉진)은 2일 박성주 전 국가수사본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전 국수본부장과 함께 전 국가수사본부 강력범죄수사과장 대행(현 강력범죄수사계장), 전 국가수사본부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장, 현 국가수사본부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 성폭력범죄수사계장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앞서 지난 5월 5일 0시 10분 장윤기가 귀가하던 여고생 이채원 양을 흉기로 살해하고 다른 학생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광주 광산경찰서 수사팀의 수사 과정에서 살인 사건 이틀 전인 5월 3일 장윤기가 평소 알고 지내던 외국인 여성의 주거지에 침입해 그녀를 강간하고 스토킹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스토킹 피해 여성으로부터 112 신고를 받고도 정식으로 사건을 접수하지 않고 현장에서 종결했으며 신고자의 안전을 확인하는 사후 콜백도 하지 않았다.
광산서 수사팀은 살인 사건과 스토킹·강간 사건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해 스토킹 피해 여성을 상대로 피해 진술을 청취하는 등 두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고, 5월 8일께 두 사건을 병합해 수사하겠다고 국가수사본부에 보고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의 부실한 대응 등으로 비판을 받는 것을 우려해 사건을 축소 공개하기로 했다.
박성주 전 국가수사본부장은 '스토킹·강간 사건'에서 '살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장윤기의 범행 경과가 대외적으로 알려질 경우, 경찰의 스토킹 신고 부실 대응에 대한 비판은 물론 "경찰이 적정하게 대응했다면 막을 수도 있었던 살인 사건"이라는 비난이 재차 비등할 것을 우려했다.
이에 "강간은 조용히 하자", "일부러 숨기는 것은 아닌데, 굳이 우리가 먼저 꺼낼 것은 아니지 않냐"면서 양 사건을 다른 수사 부서에서 따로 수사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실무진들은 박성주 전 국수본부장의 지시에 따라 광산서 수사팀의 수차례에 걸친 두 사건의 병합 수사와 병합 송치 건의를 모두 묵살했다.
검찰은 "상급청의 수사지휘권은 수사의 적법성 보장, 실체적 진실 규명 등 정당한 목적을 위해 행사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조직의 과오 은폐나 비난 회피 등 그와 무관한 목적으로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일선 수사에 대한 경찰 수사 최고 지휘부의 부당한 개입을 규명한 사례"라며 "향후 유사한 방식의 수사 개입을 차단하고 일선 수사기관의 정당한 수사권 행사를 보장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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