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199곳 '피눈물'…선수금 받고 기름 안준 석유업체, 유가 탓?
대표·관계회사로 179억 순유출…조사위원 "회생 결정적 계기"
토지·주유소 매입에 '돌려막기' 추정…검경, 사기 혐의 증거불충분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 244억여 원의 선수금 채권을 남긴 전남광주의 한 석유유통업체에서 회사 자금 179억 원이 대표와 관계회사 등으로 빠져나간 사실이 법원 조사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업체대표의 사기 혐의를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했다. 이후 법원 조사에서는 179억 원의 자금 순유출이 회생에 이른 '결정적인 계기'로 판단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이 선임한 전문 조사위원은 A 석유유통업체의 2021~2025년 금융거래 내역을 분석했다.
A업체에서 관계회사 3곳으로 약 173억5000만 원, 대표에게 약 5억5000만원 등 총 179억 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위원은 179억 원 중 상당액이 관계회사의 토지와 주유소 등 부동산을 취득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했다.
A업체는 주유소 등 거래업체로부터 기름값을 선수금으로 받은 뒤 석유류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영업해 왔다. 그러나 영업손실이 누적되면서 새로 받은 선수금으로 기존 손실을 메우는 이른바 '돌려막기식' 영업을 지속했다는 게 조사위원의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거래업체들이 낸 선수금 일부도 관계회사의 부동산 취득에 사용된 것으로 조사위원은 추정했다.
조사위원은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 등에 따른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표와 관계회사 등으로 대규모 자금이 유출되면서 회사의 운전자금이 고갈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179억 원의 순유출을 회사가 회생절차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지목했다.
대표 측은 조사 과정에서 관계회사 등과의 자금 거래에 대해 소명했지만, 조사위원은 자금 유출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설명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원 조사에서 이 같은 자금 흐름이 파악됐지만 대표의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기관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앞서 주유소 업주 B 씨는 A 업체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나주경찰서는 지난해 6월 약 6년간 정상적인 거래가 이어진 점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유가 상승으로 회사의 경영 사정이 악화한 점 등을 들어 처음부터 기름을 공급하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경찰의 불송치 이후인 지난해 7월 광주지법은 A 업체의 회생절차에서 전문 조사위원을 선임했다.
조사위원은 같은 해 9월 회사의 금융거래와 재무상태 등을 분석한 조사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후 사건을 살핀 광주지검도 올해 6월 23일 대표의 사기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렸다.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는 A업체와 관계회사 등이 보유한 부동산 76건의 등기자료와 국제유가 변동 자료 등도 확인됐다.
B 씨 측은 법원 조사보고서 등을 추가 자료로 제출하며 항고했지만, 광주고검은 지난달 27일 원처분을 변경할 만한 자료가 없다며 항고를 기각했다.
A 업체가 법원에 제출한 부채명세서를 토대로 파악된 선수금 관련 회생채권은 244억3067만 원이다. 채권자는 주유소 등 199곳으로, 채권 발생 사유는 대부분 '석유류 매입대금'이다.
뉴스1은 179억원의 자금 거래 성격과 선수금 사용처, 관계회사 부동산 취득 경위 등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A 업체 대표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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