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팔짱 낀 전 여친 모습에…다음날 흉기 들고 방범창 뜯었다

[사건의 재구성] 전 여친 아파트 침입 남녀에 흉기 15차례
법원, 살인미수 혐의 징역 10년 선고…10년간 전자발찌도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60대 A 씨는 지난해 11월 지인의 소개로 50대 여성 B 씨를 만났다.

하지만 1개월여 만인 12월 말 두 사람의 관계는 끝났다. A 씨는 헤어진 뒤에도 B 씨에게 계속 연락을 시도했다.

지난 2월 17일 오후 6시쯤 A 씨는 B 씨를 직접 만나기 위해 전남광주 한 아파트를 찾아갔다.

집 앞에서 B 씨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A 씨의 눈앞에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 펼쳐졌다.

B 씨가 50대 남성 C 씨와 팔짱을 끼고 아파트 입구를 걸어 나오자 A 씨는 두 사람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 날 오후 11시 50분쯤 A 씨는 다시 B 씨의 집을 찾았다.

A 씨는 길이 34㎝ 흉기를 준비했고 아파트 복도 쪽 방범창을 공구로 떼어낸 뒤 창문을 통해 B 씨 집에 침입했다.

당시 집은 비어 있었다. A 씨는 거실에 자리를 잡고 B 씨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A 씨가 집에 침입한 지 약 2시간 30분이 지난 2월 19일 오전 2시 19분쯤 현관문이 열렸다.

B 씨와 C 씨가 함께 현관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기다리고 있던 A 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로 두 사람을 공격했다.

A 씨는 두 사람에게 15차례 흉기를 휘둘렀다.

살인미수와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는 법정에서 B 씨를 살해하려는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나온 A 씨 자신의 진술은 달랐다.

A 씨는 칼로 사람을 찌르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예견했다고 진술했다. 범행 당시 B 씨의 상복부까지 찌를 생각도 했으며, 정신없이 흉기를 휘두르다 B 씨와 눈이 마주친 뒤 더 이상 찌르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광주지방법원. ⓒ 뉴스1

재판부는 이런 진술과 범행 전후 상황을 종합해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A 씨가 우연히 현장에서 흉기를 집어 든 것이 아니라 칼을 미리 준비한 뒤 방범창까지 뜯고 B 씨의 집으로 침입해 두 사람을 기다렸다는 점을 주목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를 해치는 등 극단적 행동에 이를 만한 동기가 충분히 있었다"며 "범행이 단순히 우발적으로만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범행 이후에도 피해자의 두려움은 끝나지 않았다.

B 씨는 수사기관에서 A 씨가 범행 당시 자신에게 '너는 오늘 안 죽이고 빵에 들어갔다 와서 다시 보자'는 취지로 협박했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이 같은 사정과 함께 A 씨가 과거 폭력 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도 주목했다.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도구(KORAS-G) 검사에서는 총점 12점으로 '높음',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L-R) 검사에서는 16점으로 '중간' 수준이 나왔다.

보호관찰소 조사관도 A 씨가 알코올 사용 장애 추정군으로 음주 문제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고 충동적이며 문제 해결 능력이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A 씨에게 살인 범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장우석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살인미수와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또 A 씨가 범행에 사용한 칼과 소지하고 있던 전기충격기를 몰수하고, 형 집행 이후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명령했다.

재판부는 "범행 동기와 경위, 수법, 피해 정도 등에 비춰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피해자들이 자칫 사망에 이를 수도 있었다"고 판시했다.

C 씨는 장기와 손가락 등에 심각한 손상을 입어 선고 당시까지도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했고 C 씨의 가족도 엄벌을 탄원했다.

다만 재판부는 A 씨가 범행 대부분을 인정한 점, 살인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B 씨에 대한 공격은 스스로 중단한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A 씨는 전자장치 부착 기간에는 매일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신고한 주거지에 머물러야 하고 B 씨와 C 씨 및 가족들에게 접근하거나 연락해서도 안 된다.

특정범죄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흉기 휴대 금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음주 금지 등의 준수사항도 부과됐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