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피해견, 법적으로 '5일 격리' 규정됐는데…시점 두고 논란

지자체 "사건 발생일부터" vs 동물단체 "지자체 인계일부터"
농식품부 유권해석 나서…"추가적 검토 거쳐 입장 밝히겠다"

지난 3일 오후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산수동 한 거리에서 남성이 강아지를 학대하는 모습.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법적으로 규정된 동물학대 피해견의 '5일 이상 격리' 기간 산정을 두고 지자체와 동물단체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목격자의 임시 보호 기간 포함 여부와 격리 주체 등을 두고 입장이 엇갈리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유권해석 필요성을 언급했다.

1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일 오후 10시 58분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산수동 한 거리에서 한 남성이 20여분간 6개월 된 강아지의 머리를 때리고 등을 심하게 내리치며 주저앉게 하는 등 학대가 이뤄졌다.

목격자의 신고로 경찰 조사가 진행됐으나 남성은 강아지를 현장에 둔 채 자리를 떠났고, 목격자는 학대당한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가 임시 보호했다. 이후 경찰은 동물보호법상 구조·보호 주체인 동구에 구조 가능 여부 등을 문의했다.

동구는 경찰로부터 강아지 외관에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설명을 들은 데다 소유자가 있는 동물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당시 구조나 격리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동물학대 혐의 등이 드러날 경우 자치구에 격리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달라고 경찰에 안내했다.

경찰은 내부 논의를 거쳐 사건 발생 나흘 뒤 동구에 격리 협조를 요청했다. 다음 날인 7일 동구는 목격자가 임시 보호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구 지정 동물병원으로 학대 강아지를 데려오도록 했다.

문제는 동물보호법상 학대 견주와 피학대 동물을 최소 5일 이상 격리하게 된 점에서 불거졌다.

이 5일은 학대 행위자가 다시 동물을 데려가 학대를 반복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 확보 차원의 기간이다.

5일의 산정 시점을 놓고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주말을 앞두고 학대 피해견이 견주에게 돌아갈 가능성까지 제기된 것.

동구는 학대 행위자인 견주와 강아지가 사건 발생 당일부터 분리돼 있었던 만큼 그날부터 격리기간이 시작됐다는 입장이다.

동구 관계자는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했으나 큰 이상이 없어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없다"며 "학대받은 동물이라 하더라도 소유자가 있는 만큼 우리가 함부로 취하는 것은 월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견주에게 보호·치료 비용을 청구한 뒤 비용을 지불하면 사육 계획서 등을 작성해 받아 돌려주고, 비용을 내지 않을 경우 소유권을 가져오는 것이 순서"라고 설명했다.

병원에서 치료받는 강아지(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반면 동물보호단체는 법에서 정한 격리·보호 주체가 지자체인 만큼 동구가 피해견을 직접 인계받아 보호조치를 시작한 7일부터 5일의 격리기간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법 규정에 따라 격리는 시도지사와 시장, 군수, 구청장 등 행정기관이 할 수 있다"며 "임시보호자가 보호한 기간을 격리기간으로 인정하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보호·치료 비용 등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법 형평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부연했다.

양측의 이견으로 학대 피해견은 당분간 동물병원에 머무르게 됐지만 상위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유권 해석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이번 사안이 경찰에서 격리를 요청한 점과 지자체가 직접 보호 전 다른 주체에 의해 격리가 이뤄진 점 등 일반적인 사례와 다른 부분이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자체 유권해석 사례가 될 수 있는 만큼 추가적 검토를 거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pepp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