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보다 광주가 더 더워요"…아프리카서 온 상인도 지친 폭염
나이로비 출신 33세 쥴리씨, 말바우시장서 맞은 두 번째 여름
머리엔 수건·곁엔 1L 물통…"더워도 고향은 28~29도"
- 박지현 기자
(광주=뉴스1) 박지현 기자
"케냐보다 광주가 더 더워요. 진짜, 진짜 힘들어요."
낮 최고기온이 37.6도까지 오른 지난 7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의 한 반찬가게.
케냐 출신 쥴리(33)는 머리에 노란색 수건을 두른 채 수박을 썰고 있었다. 쉴 새 없이 흐르는 땀이 얼굴로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 머리에 두른 수건이었다.
손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에도 쥴리는 곁에 둔 1L짜리 텀블러를 들어 수시로 물을 마셨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물을 자주 찾게 되자 최근 일부러 큰 텀블러까지 장만했다.
쥴리는 "컵으로 마시면 금방 다 마셔서 큰 것을 샀다"며 다시 텀블러를 집어 들었다.
아프리카에서 온 그에게도 연일 이어지는 광주의 폭염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날씨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 출신인 쥴리씨는 "고향에서는 더워도 기온이 28~29도 정도였다"며 "광주는 35도까지 올라 훨씬 더 덥다"고 말했다.
2021년 공부를 위해 한국에 온 쥴리씨는 천안 등에서 생활하다 일자리를 찾아 약 1년 전 광주에 정착했다.
현재는 남편과 자녀들과 함께 광주에서 생활하며 말바우시장에서 일하고 있다.
시장 안에서 맞는 여름은 더욱 고되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일하지만 무더위가 심한 날에는 머리가 아프고 온몸에 힘이 빠질 때도 있다.
그래도 손님이 찾아오면 자리를 지키며 일을 이어가야 한다.
쥴리씨에게 수건과 1ℓ짜리 텀블러는 어느새 여름철 출근 필수품이 됐다.
틈틈이 선풍기 바람을 쐬고 찬물을 마시며 몸의 열기를 식힌다.
이날 쥴리씨가 썰고 있던 수박도 그가 여름을 견디는 방법 중 하나다.
그는 "여름에는 수박을 많이 먹는다"며 웃었다.
집에서도 더위와의 씨름은 이어진다.
어린 자녀들이 있는 만큼 전기요금 부담에도 에어컨을 자주 켤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나이로비에서 살 때는 한국에서처럼 여름을 나기 위해 특별한 준비를 할 필요가 없었다.
쥴리씨는 케냐에서 더위를 어떻게 피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덥지 않았다"며 별다른 대비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의 겨울 추위도 그에게는 낯설었지만 여름의 무더위 역시 예상 밖이었다.
나이로비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웠던 한겨울 영하의 추위부터 한여름 40도 안팎의 폭염까지 한국에 온 뒤 처음 겪었다.
그래도 광주는 이제 쥴리네 가족의 일상이 자리 잡은 곳이다.
아이들도 한국 생활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지내고 있어 당분간 가족과 함께 광주 생활을 이어갈 생각이다.
다만 좀처럼 꺾이지 않는 올여름 더위만큼은 아직 적응하기 어렵다.
쥴리는 "비가 좀 와야 한다"며 하루빨리 무더위가 누그러지기를 바랐다.
war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